[확대경]경남고 우승문턱 발목 잡은건 실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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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다시 보고 싶은 연장 12회. 국내 고교야구사에 길이길이 기억될 32회 대통령배 결승 연장 12회는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의 포수로 꼽혔던 요기 베라 (전 뉴욕 양키스) 의 명언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 에 꼭 들어맞는 장면이었다. 12회초 3점을 뽑아 7 - 4의 리드를 잡은 경남고 투수 송승준은 12회말 마운드에 오르면서 두팔로 크게 기지개를 켰다.

이겼다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했고 빨리 승부를 끝내고 헹가래의 기쁨을 누리고 싶은 얼굴이었다. 그러나 우승문턱에 서있는 경남고의 발목을 잡은 것은 언제나 그렇듯 실책이었다.

유격수 강민영의 실책으로 선두 이주석이 출루했고 1사후 이중훈의 2점홈런이 터졌다. 7 - 6. 이 장면에서 경남고의 송승준은 9번 변태완을 삼진으로 잡아냈다. 이제 한타자만 잡으면 우승.

마운드의 송승준은 덕아웃을 향해 두팔을 저으면서 "괜찮다" 는 몸짓을 해보였다. 마지막 불꽃으로 타오른 경남상고의 저력은 이때부터 발휘됐다.

임성현이 중전안타를 뽑아내 2사1루. 송승준의 구위가 직구밖에 나올 수 없는 상황으로 떨어진 것을 간파한 경남상고 벤치의 주문이 이어졌다.

2번타자 김호영과 풀카운트 접전.

6구째 몸쪽 직구가 홈플레이트를 통과하려는 순간 김의 방망이가 날카로운 궤적을 그렸다. 타구는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할 수 있는 큰 홈런.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경남상고의 끈질긴 승부근성이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린 송승준을 무릎꿇게 만드는 순간이었다. 이래서 야구는 인생의 축소판이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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