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관광산업 발상 바꿔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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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관광을 돈 있는 특권층의 전유물이며 사치향락산업이라 한다면, 이것은 구시대적 사고요 수준이하의 발상이다. 왜냐하면 관광산업은 경제적 승수 (乘數) 효과가 높고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는 '달러박스' 로 인식돼 선진국이나 후진국을 막론하고 세계 모든 나라가 국가주요정책산업으로 문화관광산업을 육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광은 곧 문화의 체험이다. 타지역에 가서 그곳의 문화를 배우고 익혀 이를 가족과 이웃에게도 전하는 문화산업이다. 단지 떠들고 놀고 먹고 마시는 산업으로 표현했던 것은 어느 한 시절의 고루한 생각이었다.

사실 우리의 관광산업은 타국에 비해 매우 허약하다. 수년전 판문점에서 북한측의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수 있다" 는 말 한마디에도 관광경기가 오그라들었던 일이 그 단적인 예다. 여기에 과격한 데모, 마음놓고 마실 수 없는 수돗물, 오염된 공기, 언어불편, 바가지 요금, 볼 것도 살 것도 즐길 것도 없다는 외래관광객들의 푸념이 국제통화기금 (IMF) 사태 이전 최근 수년간의 상황이었다.

우리의 문화관광산업은 그 시작부터가 어설펐다. 1950년대 중반, 옛 교통부의 한개 과에서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교통부.건설교통부의 일개 관광국장, 또 문화체육부의 일개 국장이 한국의 방대한 관광산업을 관장하다 보니 주인이 없는 관광산업이 돼버렸다. 아울러 청와대 비서관 가운데 관광을 담당하는 비서가 한 사람도 없었던 것이다.

그래도 수십년간 효자노릇을 했던 관광산업은 해외여행 자율화 이후 연간 20억~30억달러의 적자를 내고 있었는데, IMF한파 이후 국외여행이 줄어 97년 하반기부터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부터가 아웃바운드를 줄이고 인바운드를 늘려 관광흑자를 늘릴 중요한 시기다. 다행히 신정부도 문화관광부를 만들어 관광이 제자리를 찾아 재도약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춰가고 있다.

일부에서는 '왜 관광이 엉뚱하게 문화부에 소속되느냐' 는 비판도 있었지만 그렇게 생각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왜냐하면 관광은 문화사업이기 때문이다. 문화관광부라는 관광의 책임있는 부서가 생겨 국내 문화관광산업에 투자하고자 하는 외국기업들은 갈 곳이 생겼고, 또 이들을 맞이할 주인도 생긴 셈이다.

정부뿐만 아니라 현장의 관광인들은 문화를 고적.문예.연극.영화.미술과 같은 각론으로 나눌 이유는 없다고 본다. 이들을 종합적으로 인상깊게 설명하고 매력을 부여해 우리나라의 관광문화로서 올바르게 인식시키는 것이 국내 관광가이드나 해외여행안내원을 비롯한 관광인의 몫이다. 가령 벨기에의 브뤼셀에 있는 오줌싸개 소년이나 경주의 첨성대를 아무런 지역실정과 생기게 된 동기, 과학적 설명 없이 외국인들에게 보여준다면 관광가치는 무의미할 것이다.

그동안 정부 역시 관광을 진흥시키겠다는 떠들썩한 구호만 내걸었을 뿐 관광을 관리하는 관광공사마저도 흑자유지에만 급급해 권력층의 눈치만 보고 관광의 해외홍보에는 짠돌이 노릇을 해왔다. 해외와 원만한 국제관계를 유지하고 국내관광산업체들의 힘을 모아야 할 관광협회도 사분오열돼 제 힘을 다하지 못했다.

관광학계도 어려운 관광한파를 물리칠 수 있는 유능한 인재 배출에 그 역량을 다하지 못했다. 국민들 또한 알뜰하지 못한 수박 겉핥기의 흥청망청 관광을 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정부.관광 단체.국민 모두가 이제는 관광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

해외의 관광산업은 관광객이 돈을 쓰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잘 정비돼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들의 불만을 들어보면, 한국에는 화려한 고적 문화는 많은데 이를 이해하기가 힘들고 교통사정과 언어소통이 불편하다고 지적한다.

개편된 문화관광부는 순수문화예술.체육.관광.청소년.해외홍보.방송 등 서로 다른 업무를 백화점식으로 끌어모아 어려움이 많겠지만, 이 어려운 IMF시대에 관광만은 경제위기 극복에 효자노릇을 다하도록 관광진흥에 과거의 열배백배의 관심과 아이디어를 투입해야 할 것이다.

김홍운 〈한양대 관광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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