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경제실정'연루 정치인 왜 덮어두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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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환란.종금사.개인휴대통신 (PCS).김선홍 (金善弘) 리스트 연루 정치인에 대한 여권의 불수사 언명은 김대중대통령의 국정운영 구상과 긴밀히 맞물려 있다.

청와대 등 여권핵심부는 현 경제상황이 밖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위태롭기 짝이 없다는 위기의식을 감추지 않고 있다.

여권은 최근 검찰수사를 통해 거액을 받은 몇몇 정치인들의 혐의내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인 불수사 방침을 강조하는 것은 비리 정치인 구속으로 얻을 이문이 별로 많지 않다는 계산 때문이다.

뇌물성 자금을 받은 정치인들은 직전 집권세력인 야당의원들이 주류인데 이들을 구속하면 야당측이 정치보복이니 야당파괴니 하며 6.4지방선거까지 결사항쟁 태세로 나올게 뻔히 예상된다는 것. 경제상황은 갈수록 악화되는데 선거를 앞둔 여야가 이전투구하는 양상을 보인다면 여론은 국정을 책임진 여권에 집중될 것이란 판단이다.

청와대 등 여권이 "지금은 경제살리기에 주력해야 한다" 는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방선거 이후로 상정한 본격적인 정계개편을 대비하는 측면도 있다. 종금사와 PCS 비리 연루 혐의자엔 주로 민주계가, 김선홍리스트엔 민정계 출신이 주류다. 하지만 여권은 한나라당내 상당수 민정계 의원들을 선거 이후 이탈시키고 민주계와는 대연정을 구상중에 있다.

상황변화를 지켜본뒤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계산이다. 핵은 사용이 아니라 보유할때 무기가 된다는 논리다. 나중에 나설지언정 지금은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남정호 기자〈nam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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