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중국방문 추진 배경과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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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정일 (金正日)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중국방문은 북·중 양국관계뿐 아니라 한반도 정세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방문 일자와 의전절차 등 실무문제를 놓고 다소 줄다리기가 있겠지만 하반기중 방문원칙에 합의한 만큼 시간문제다.

김정일의 방중 (訪中) 은 지난해 10월 당 총비서 취임, 북한의 최고지도자로 오른 데 대한 '신고식' 성격을 띤다.

북한정권의 가장 든든한 후견자이자 '산과 물이 잇닿은 인방 (隣邦)' 으로 표현되는 혈맹 (血盟) 관계를 과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사실 지난 92년 8월 한.중수교 이후 북.중관계는 내막적 냉랭한 기운이 감돌았다. 91년 4월 김일성 (金日成) 의 중국 방문과 92년 4월 양상쿤 (楊尙昆) 국가주석 방북 이후 최고지도자의 상호방문은 완전 단절됐었다.

김정일의 방중과 장쩌민 (江澤民) 국가주석의 방북이 성사되면 북·중관계는 한차원 높은 발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김정일로서는 국제적인 시야를 넓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김정일은 지난 83년 6월 열흘간 중국을 비공식 방문, 덩샤오핑 (鄧小平) 을 비롯한 고위층과 접촉했다. 김정일은 당시 중국의 개방특구인 선전 (深수) 을 돌아보고 개혁개방정책에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북한은 중국식 개혁개방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며 사회주의 고수를 고창 (高唱) 해왔다.

그러나 식량난과 경제문제에 시달려온 김정일에게 중국의 '수정노선' 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고 모종의 결단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 한·중관계와 남북관계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선 남북등거리 외교원칙을 표방하면서도 경제협력과 투자유치 등 대한 (對韓) 편중성향을 보여온 중국이 북한에 좀더 무게를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남북관계에는 대체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일은 정권유지에 좀더 자신감을 갖고 대남·외교문제를 풀어나갈 것이란 분석이다.

또 한가지 주목할 점은 러시아의 움직임. 소련 해체 후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급격히 상실한 러시아는 다각도로 대북 (對北) 접근책을 구사해왔고 김정일 방중에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란 분석이다. 또 이를 계기로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입김이 강화될 가능성도 있다.

통일부 이호 (李浩) 정보분석실장은 "김정일의 방중은 북한 최고지도자로서 인정받는 절차" 라면서 "중국의 대한반도 영향력 증대에 대응, 당사자 해결 원칙에 대한 남북당국의 의지가 강조돼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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