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집중진단 고혈압]속설의 실상…'소리없는 살인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키와 몸무게는 알아도 혈압은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 그러나 혈압관리야말로 평균수명의 연장을 위해 가장 중요한 일이다. 고혈압이 현대인의 사망원인 2위와 3위를 차지하고 있는 뇌졸중과 심장질환의 뿌리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밝혀진 혈압관련 연구결과와 잘못된 속설엔 무엇이 있는지 살펴본다.

◇수축기혈압이 더 중요하다〓혈압엔 수축기혈압과 이완기혈압의 두가지 수치가 있다. 예컨대 혈압이 130에 90이라하면 130이 수축기혈압이고 90이 이완기혈압이다.

일반적인 의학상식은 이완기혈압이 더 중요하다는 것. 그러나 최근 혈압관련 연구결과들은 수축기혈압이 훨씬 중요하다고 결론짓고 있다. 이종구심장클리닉 이종구박사 (전서울중앙병원 심혈관센터소장) 는 "직접적으로 혈관손상을 일으켜 관상동맥질환과 뇌졸중의 발생율과 사망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수축기혈압" 이라고 강조했다. 이완기혈압이 정상이라도 수축기 혈압이 140을 넘기면 주의해야하며 160이상이면 약물치료를 받아야한다.

◇저염식 무용론의 실상〓현재 고혈압 연구분야의 최대 핫이슈는 저염식무용론. 미국고혈압학회를 비롯한 연구기관들은 최근 저염식이 오히려 사망율을 높이는 등 몸에 해롭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그러나 미국립보건원은 불충분한 임상자료에 근거한 신중치 못한 발표라며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저염식무용론에 대한 학계의 일반적 견해는 중간적 입장. 즉 짜게 먹는 것은 피해야하지만 강박적으로 싱거운 음식을 고집하진 않아도 된다는 것.

◇약보다 라이프스타일의 개선부터〓고혈압 환자가 평생동안 매일 약물을 복용해야한다는 것은 상식. 그러나 체중조절과 저염식 등 라이프스타일의 개선이 우선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의학협회지는 최근 미국립보건원산하 국립심폐혈액연구소 (NHLBI) 의 연구결과를 인용, 고혈압환자 3명중 1명은 라이프스타일의 개선만으로 약물복용의 번거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발표했다.

60~80세 노년층 고혈압환자 9백75명을 대상으로 한 이 연구에서 31%가 저염식으로, 36%가 체중조절만으로 약물을 복용하지 않아도 되는 혈압수준으로까지 떨어졌다는 것.

◇저혈압은 공연한 걱정〓혈압과 관련해 가장 잘못 알려진 속설 중 하나가 저혈압이 고혈압보다 무섭다는 것. 그러나 저혈압은 국제질병분류표에 의거한 8천여가지 질병항목에도 나와있지 않다.

연세대의대 내과 심원흠교수는 "저혈압은 사람마다 얼굴 생김새가 다르듯 하나의 체질일뿐 조금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고 설명했다.

◇고혈압 특유의 증상은 없다〓목 뒤가 뻐근하면 혈압이 올라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고혈압은 대부분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것이 특징. 고혈압이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우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정기적인 혈압측정을 통해 혈압을 낮추는 노력을 계속해야한다. 목 뒤가 뻐근한 것은 대부분 근육과 관절의 피로가 원인일뿐이다.

홍혜걸전문기자·의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