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자유 빚진 영령들 결코 잊지 않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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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여러분, 그리고 노병 여러분. 우리가 잊을 수 없으며 또한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D-데이가 몇 사람의 용기와 이기심 없는 행동으로 세기의 흐름을 바꿀 수 있었던 시간과 장소였다는 점입니다.” D-데이는 제2차 세계대전 때 미·영 연합군이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에 상륙한 유럽 대륙 진격 개시일(1944년 6월 6일)을 말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6일(프랑스 시간) 노르망디 상륙 65주년을 맞아 프랑스 북부 콜빌쉬르메르의 미군 전사자 묘역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D-데이 영웅들에게 찬사를 보내는 연설을 했다고 프랑스의 르피가로와 영국의 BBC 등 유럽 언론이 이날 보도했다.

오바마는 “위험이 최대치에 달한 순간에, 황량한 상황 속에서, 자신을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이 특별한 일을 해내기 위해 자신 안에서 평범함을 발견했던 사람들”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또 “D-데이의 승리를 결코 잊을 수 없는 것은 그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오바마가 연설한 장소는 44년 6월 6일 연합군과 독일군이 격전을 치렀던 장소 중 한 곳인 노르망디 북부 오마하 해변 인근 미군 묘역이다. 이날 이곳에서 프랑스·캐나다·영국 지도자들도 그날을 기리는 연설을 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에 앞서 한 연설을 통해 프랑스와 서유럽을 해방시키려 한 연합군의 노력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특히 오마하 해변에 상륙해 용감하게 싸웠던 미군에 대해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

사르코지는 “미국 대통령 각하, 나는 노르망디 땅에 피를 뿌리고 아직도 여기 잠들어 있는 사람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며 “당신들에게 자유를 빚진 프랑스는 결코 그 사실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당시 프랑스의 자유를 위해 싸웠던 나라 이름을 하나하나 열거했다. 주요 참전국이었던 영국의 고든 브라운 총리와 캐나다의 스티븐 하퍼 총리도 각자 연설을 통해 연합군의 희생을 되새겼다.

상륙작전에 참가했던 퇴역 군인들도 초청됐다. 사르코지는 미국·캐나다·영국·프랑스 네 나라 참전 군인 한 명씩에게 프랑스 최고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를 수여했다.

미국 메릴랜드에 사는 참전용사 오스틴 콕스(90)는 “나와 함께 싸웠던 동료들이 묻혀 있는 이곳에 오니 느낌이 남다르다”고 소회를 밝혔다. 콕스는 65년 전 미 29사단 115 보병연대 소속 중사로 오마하 해변 상륙작전에 참가했었다.

◆행사 전 미·불 정상회담=미국과 프랑스 정상은 기념식 직전 노르망디 도시 캉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이란의 핵개발을 저지하고 중동에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공동 대처해 나갈 것임을 강조했다. 오바마는 “우리가 원하는 것은 평화와 대화”라며 “우리는 군사용 핵무기가 확산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이 점에 대해서는 명확하다”고 덧붙였다. 사르코지는 핵개발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이란 정부의 성명에 대해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어리석은 성명에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오바마도 “이란의 행동은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는다는 기존의 주장과 배치되는 것”이라며 이란 정부에 대해 강경한 외교적 대응이 뒤따를 것임을 밝혔다.

박경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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