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보조금 받으면 40만원대에도 살 수 있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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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호 28면

4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 있는 KT 지사. 이 회사 영업사원 김승환(26)씨가 탁자 위에 최신 기종의 휴대전화를 펼쳐 놓고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 고객이 휴대전화보다 인터넷 서비스에 관심을 보이자 김씨는 탁자 뒤쪽에 쌓아 둔 상자 중 하나를 들고 와 포장을 푼다. 작고 귀여운 디자인의 미니 노트북(넷북)이 나왔다. 김씨는 휴대용 무선 인터넷 서비스 ‘와이브로’와 미니 노트북을 묶은 상품을 소개하면서 “이게 원래 72만9000원짜린데, 지금 사면 24만원을 깎아드립니다. 행사 기간이 이달 말까지니까 빨리 결정하셔야 됩니다”고 설명했다. 김씨의 거듭된 권유에 결국 마음이 움직인 고객은 신청서를 쓰고 만족한 표정으로 미니 노트북을 들고 나간다.

싸고 편해 인기 끄는 미니 노트북

김씨는 “신분증이 있고 신용등급에 문제가 없다면 즉석에서 미니 노트북을 구입하고 인터넷을 개통할 수 있다”며 “주변에 사무실이 많다 보니 증권정보나 뉴스를 쉽고 빠르게 검색하려는 직장인이 많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미니 노트북의 성장세가 눈부시다. 값싸고, 가볍고, 간편하다는 강점으로 불황에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인 한국IDC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에서 팔린 미니 노트북은 11만4241대로 지난해 4분기에 비해 32% 증가했다. 올 1분기 전체 PC 판매 실적이 122만8107대로 지난해 4분기보다 5.2%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최근 대학가 강의실이나 휴게실 등에서 미니 노트북을 펼쳐 놓고 인터넷을 즐기는 학생을 쉽게 볼 수 있다. 서울 강남구는 현장업무를 처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업무용 미니 노트북을 나눠 줬다. 현장 점검 결과를 실시간으로 입력해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이처럼 미니 노트북은 장소를 옮겨 다니며 작업하는 컴퓨터로는 매우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 작고 가벼워 가방에 넣고 다니기 좋고, 대학 캠퍼스나 커피전문점·사무실 등에서 제공하는 무선 인터넷에 접속하기도 편하다. 인터넷 접속이나 문서작성, e-메일, 메신저 채팅 같은 작업을 하는 데 불편할 게 없다. 그렇지만 용량이 큰 프로그램을 돌릴 때는 일반 노트북에 비해 성능이 떨어지고, 화면·키보드가 작아 답답하게 느낄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PC에서 패션 소품으로 진화
미니 노트북의 경쟁력은 무엇보다 가격이 싸다는 점이다. 일반 노트북은 저가형이라도 대개 100만원이 넘는다. 최신형 노트북은 가볍고 얇을수록 비싸져 200만원이 넘는 고가품도 흔하다. 그러나 미니 노트북은 최신 제품이라도 70만~80만원이면 살 수 있다. 휴대전화처럼 통신사의 보조금을 받으면 30만~40만원대에도 구입이 가능하다.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해도 미니 노트북을 싸게 장만할 수 있다.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학생들 사이에서 미니 노트북이 특히 인기를 끄는 이유다. 옥션 컴퓨터팀 김순석 대리는 “미니 노트북은 최저 40만원대 제품이 나와있지만 50만원대 제품이 가장 잘 팔린다”며 “이미 일반 노트북을 갖고 있으면서 두 번째 노트북의 개념으로 구입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미니 노트북의 크기는 웬만한 대학교재 한 권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접었을 때 사이즈는 가로 26㎝, 세로 18㎝ 안팎이고, 두께는 3㎝ 정도다. 평면의 사이즈로만 보면 복사지로 흔히 쓰는 A4 용지(29.7㎝×21㎝)보다 작다.

무게는 갈수록 가벼워지는 추세다. 국내에 출시된 미니 노트북 중 아수스의 ‘시셸 1008HA’, 델컴퓨터의 ‘미니10v’, 도시바의 ‘NB200’은 배터리를 포함한 무게가 1.1~1.15㎏에 불과하다. 삼성전자·LG전자·삼보컴퓨터는 1.2~1.3㎏짜리를 주로 판매 중이다. 일본에서는 0.725㎏짜리 초경량 미니 노트북(NEC의 ‘베르사프로 울트라라이트 VS’)도 등장했다. 반면 일반 노트북의 무게는 2㎏ 안팎이다.

삼보컴퓨터 지승현 마케팅팀장은 “보험 설계사처럼 수시로 이동하면서 회사 전산망에 접속하는 영업직이나 가벼운 제품을 선호하는 여성이 미니 노트북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휴대전화가 통신수단에서 패션 상품으로 진화했듯이 미니 노트북도 패션과 디자인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추세다. 델컴퓨터는 이달 초 신제품 ‘미니 10v’를 국내 시장에 내놓으면서 ▶패션 퍼플(보라색) ▶제이드 그린(초록색) ▶아이스 블루(파란색) ▶뉴 체리 레드(빨간색) 등 일곱 가지 색상을 선보였다. 삼성전자 N310도 ‘터키 블루(파란색)’와 ‘레드 오렌지(주황색)’의 두 가지 색상으로 나와 있다. LG전자는 ‘엑스노트 미니 X120’ 모델에서 부드러운 곡선형 디자인을 강조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3일 서울 서초동 홍보관 ‘딜라이트’에서 패션 브랜드 ‘빈폴’과 손잡고 신제품 미니 노트북 N310을 홍보하는 패션쇼를 열었다. 캐주얼과 정장, 여행 복장을 한 모델이 번갈아 미니 노트북을 들고 무대를 걸으며 카메라 플래시를 받았다. 미니 노트북이 패션 소품으로도 어울릴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려는 마케팅 전략이다.

고화질 동영상이나 게임은 못 해
미니 노트북은 성능보다 경제성·휴대성을 강조한 컴퓨터다. 주요 부품을 싸고 가벼운 것으로 선택한 것이다. 따라서 미니 노트북에 일반 노트북과 같은 성능을 요구하기는 어렵다.

미니 노트북이 일반 노트북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중앙처리장치(CPU)다. 일반 노트북은 CPU로 인텔의 ‘코어2 듀오’를 주로 쓴다. 인텔은 CPU의 성능을 별점으로 표시하는데 ‘코어2 듀오’의 9000 시리즈는 ‘별 다섯 개’, 7000이나 8000 시리즈는 ‘별 네 개’를 부여했다. 반면 미니 노트북에는 CPU로 인텔이 저가형으로 개발한 ‘아톰’을 달았다. ‘아톰’에는 아예 별점이 없다. 성능으로는 ‘코어2 듀오’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결국 가격과 성능이란 ‘두 마리 토끼’ 중 어느 것을 선택하느냐가 문제다.

아톰은 복잡한 고급 기능을 수행하는 데 한계가 뚜렷하다. 용량이 큰 동영상·사진을 편집하거나, 고화질 영화를 제대로 감상하기 어렵다. 간단한 문서 작업은 가능하지만 고급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만들 때는 적합하지 않다. 미니 노트북에서 3차원(3D) 게임을 해본 네티즌들은 “화면이 잘린다”거나 “속도가 너무 느리다”며 불평을 털어놓는다.

그러나 아톰은 전기를 적게 먹는다. 모니터도 전기를 적게 먹는 발광다이오드(LED) 백라이트를 주로 쓴다. 그만큼 미니 노트북은 배터리를 한번 충전하면 일반 노트북보다 훨씬 오래 쓸 수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N310은 기본 배터리로는 최대 5시간, 고용량 배터리로는 최대 11시간까지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어댑터를 따로 들고 다니지 않아도 큰 무리가 없을 정도다.

그래도 미니 노트북을 고를 때 가장 눈여겨볼 부분은 CPU다. 현재 국내 출시된 미니 노트북의 CPU는 아톰 N270과 N280이 주종을 이룬다. 숫자가 높은 N280의 성능이 한 단계 높다. 배터리는 리튬이온인지, 리튬폴리머인지 따져 봐야 한다. 리튬폴리머가 가볍고 오래가며 안정적이다. 나머지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사양은 대개 비슷하다. 1GB의 메모리와 160GB의 하드디스크를 채택하고, 운영체제(OS)는 윈도 XP가 대부분이다.
 
‘와이브로+넷북’ 쓰면 어디서나 인터넷
미니 노트북 사용자 중에는 집 밖에서도 편하게 인터넷을 하겠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다. 미니 노트북은 일반 노트북과 마찬가지로 무선 모뎀이 기본 사양으로 달려 있다. 따라서 학교·사무실·호텔 등 무선 랜(LAN)이 깔린 구역에선 인터넷 접속에 별문제가 없다.

주로 서울 등 수도권에서 쓸 목적이라면 통신회사가 제공하는 ‘와이브로+넷북’ 상품을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다. 지하철이나 자동차 등 무선 랜이 없는 곳에서도 인터넷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KT의 경우 서울·인천 전역과 경기도 수원·고양·성남 등 18개 시 지역, 지하철·공항 및 주요 도로에서 와이브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KT는 이달 말까지 18개월 이상 와이브로(월 인터넷 이용한도 50GB)를 쓰겠다고 약정한 고객에겐 미니 노트북을 24개월 무이자 할부로 제공하고, 매달 1만원씩 보조해 준다. 와이브로 카드·모뎀도 무료로 지급한다. SK텔레콤도 이르면 다음 달부터 미니 노트북과 와이브로를 묶어 할인가격에 파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와이브로+넷북’ 상품을 구입하면 매달 와이브로 사용료를 별도로 내야 한다. 와이브로는 정보 이용량에 따라 정률제로 요금을 내야 하는데 KT의 경우 월정액 상품도 선보이고 있다. KT 염우종 과장은 “인터넷 정보검색이 주목적이라면 와이브로만으로 충분하다”며 “대용량 동영상 파일을 자주 내려받거나 하지 않으면 한 달에 50GB 이상 인터넷을 쓰는 사람은 드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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