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필사의 예산확보전]중앙부처에 예산로비 치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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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대구시에서 실업자 고용촉진훈련 업무를 맡고 있는 배광식 (裵珖植) 경제정책과장은 얼마전 관련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서울을 다섯차례나 오르내렸다. 지급기관인 노동부 고용정책과에 대구시의 실업난을 설명하고 지원금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裵과장은 노동부에 근무하고 있는 행정고시 동기생들을 찾아다니며 배려를 '간청' 했다. 덕분에 고용촉진훈련 신청자 2천7백여명 가운데 미자격자를 뺀 나머지 2천3백47명 전원의 예산 17억1천3만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요즈음 지자체 (地自體) 공무원들은 안면있는 중앙 행정부처의 예산관련 공무원들을 방문하느라 밤낮으로 분주하다. 지난 1월말 현재 전국 16개 광역시.도의 지방세 체납액이 2조원을 육박하고 총채무도 23조1천억원 (본지 3월21일자 15면 보도)에 이르는 등 재정상태가 열악한 일부 지자체들이 내년 예산과 실업재정 등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로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대구시 문희갑 (文熹甲) 시장은 지난 20일 시 간부들에게 "내년 예산을 좀더 따내기 위해 총력전을 펴라" 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월드컵경기장 및 고속도로건설 업무를 맡고 있는 국장들이 직접 관련부처와 예산청을 찾아 얼굴을 맞대고 사업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직접 브리핑 작전' 중이다.

전북도의 경우 중앙부처 국.실장을 상대로 도내 국책사업의 공정률 부진 등을 설명하면서 전주의 명물인 합죽선 등 특산품 (1만원 안팎) 을 전달하는 '애교 작전' 을 벌일 예정이다.

광주시도 최근 11개 지역 현안사업의 예산 확보를 위해 정무부시장과 국장 3명.과장 3명 등으로 대규모 정책협의단을 구성, 건교부를 방문했다.

이런 '인해전술' 덕분에 호남고속도로 우회도로 및 평동산업단지 진입로 사업비를 올해 예산에 반영시킬 수 있었다.

경북도는 학연.지연.혈연이 닿는 중앙 공무원에게 전화해 대형 사업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등 도지사를 정점으로 예산확보 비상이 걸린 상태다. 부처별로 예산 조정에 들어가는 다음달 '특별팀' 도 가동할 계획이다.

◇전문가 의견 = 경북대 이영조 (李英祚.행정학과) 교수는 "선진국에서도 중앙정부의 보조금을 타내기 위해 지자체 사이에 불꽃튀는 로비전이 벌어지는 것은 흔한 일이나 절대적인 세수 부족으로 과열 양상이 빚어진다면 예산이 우선순위대로 집행되지 않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고 지적했다.

李교수는 "장기적으로 중앙정부가 내국세의 일정부분을 지방에 이양하는 등 재정자립도를 높여주어야 만성적인 예산부족으로 인한 여러가지 부작용과 폐단을 줄일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대구·광주 = 홍권삼·구두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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