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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아세안과 잇단 교류, 유인촌 문화부 장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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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호 03면

문화는 소통이다. 물이 가야 배가 온다. ‘배’가 다니면 마음도 열린다. 마음이 통해야 친구가 된다. 유인촌(58)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그 사실을 잘 아는 듯했다. “얼마 전 이명박 대통령의 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 방문을 자원외교를 위한 것이라 말하죠. 그러나 자원만 갖고 외교하는 것은 아닙니다. 문화 외교가 자원 외교보다 더 중요합니다.”

최고의 문화가 최상의 외교를 낳는다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 등 중앙아시아 3국의 공연·영화제·사진전을 동시에 개최한 ‘비단의 향연: 한·중앙아시아 문화교류축제’(5월 15~20일 국립극장 등)의 예상을 뛰어넘는 폭발적인 반응에 그는 무척 고무돼 있었다.
“첫날 가서 봤는데 전통 공연 수준이 매우 높았어요. 그 나라에서 제일 잘하는 팀들이라니까. 그러니 우리 관객 반응도 당연히 뜨거웠죠. 역시 문화교류는 최고가 해야 해요. 우리도 인간문화재급이 나가야 합니다.”

이번 교류 행사는 대통령 순방을 사이에 두고 양 국가에서 차례로 열렸다. 문화체육관광부는 4월 20일부터 5월 1일까지 세 나라를 돌며 전통 예술에서 비보이 공연까지, 한복에서 한국 음식까지 고루 소개하는 한국문화 축제를 열었다. 당시 이 행사를 적극적으로 도운 카자흐스탄 국립예술아카데미 안창현(49) 교수는 이번 방한에서 “일부러 고려인들에겐 알리지 않았다. 철저하게 현지인을 위한 행사로 만들었다. 덕분에 카자흐스탄에서는 한국 드라마에 이어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들려주었다.

우즈베키스탄의 이슬람 카리모프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과의 이번 정상회담에서 중앙일보가 주최하고 중앙SUNDAY가 주관한 ‘비단의 향연’ 행사를 거론해 화제가 됐다. “중앙아시아와의 문화 교류에 적극 나서는 한국 언론에 감사한다”는 말이었다. 우즈베키스탄의 문화를 한국민이 즐겨 달라는 당부이기도 했다. 그 당부에 행사장을 찾은 관객들은 커다란 환호로 답했다.

유 장관은 그게 문화의 힘이라고 했다. “얼마 전 이란 방문길에 ‘대장금’에 출연했던 양미경씨와 동행한 적이 있습니다. 이란 부통령이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드라마 얘기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한국 문화 얘기로 흐르더라고요. 중앙아시아와의 문화 교류도 계속해야 합니다. 올가을에는 이영애씨가 중앙아시아로 가면 어떨까요. 패션쇼도 같이 하면 더욱 좋고요.”

그는 우리 문화의 일방적 진출이 아닌 상호주의적 교류가 정책의 기본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다양한 문화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를 더욱 넓힐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다. “유럽과 미주에서 동남아, 러시아, 동유럽, 남미로 넓힐 생각입니다. 마침 올가을에는 브라질 수교 50주년 행사가 마련돼 있습니다. 필리핀과는 수교 60주년이고요. 내년은 러시아와 수교 20주년, 말레이시아와는 수교 5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이런 계기를 통해 문화적으로 한 단계 긴밀해지는 관계를 만들 생각입니다.”

이를 위해 장기적이고 치밀한 계획이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최소한 3년 정도는 미리 일정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문화의 정수(精髓)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했다. 최고만이 통하고, 최고만이 살아남는 것은 문화계라고 예외일 수 없다는 논리다.

“대영박물관 같은 곳은 몇 년치 일정이 다 잡혀 있습니다. 갑자기 끼어들어갈 수가 없죠. 하지만 이제는 대영박물관 같은 메인 스트림에서 놀아야 합니다. 메인 스트림으로 가기 위해서는 최고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나라의 최고와 만나야 합니다. 그래야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죠.”

한류(韓流)라는 게 전 세계에 흐르기 시작한 지 10년이 넘은 현 시점에서 ‘한류의 버전업’이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최고가 최고를 만나 또 다른 최고로 탄생한다는 전략. 그는 5월 12일 아르코시티 대극장에서 선보인 한국·벨기에 공동 창작무용을 예로 들었다.

“벨기에에서 활동하는 세계적인 안무가 4인과 국제 무용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우리의 젊은 무용수 4인이 불교의 윤회사상, 49재, 단군신화 등 한국적 소재로 만든 작품이죠. 우리 부와 벨기에 외무부가 함께 만든 이 프로젝트는 벌써 오스트리아, 미국, 네덜란드, 스페인에 초청되는 등 유럽에서 아주 화제입니다. 당시 한국을 찾은 벨기에 필립 왕세자와 함께 관람했는데 무척 좋아하더군요.”

유 장관은 “지난 3월 러시아에 가서는 오케스트라나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함께 구성해 공연을 해보자고 제의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수준 높은 합동공연을 통해 우리 문화의 수준을 알리고, 해당 국가와 더욱 친해지고, 그 나라 국민과도 진정 소통할 수 있게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동남아시아도 문화 교류의 주요 대상국이다. 6월 1일과 2일 제주에서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로 부각된 아세안에 대한 관심을 더욱 높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번에 창단된 한·아세안 전통악기 오케스트라는 지난해에 우리가 처음 발의해 만들어지게 된 것이죠. 어떤 나라는 이에 대해 굉장히 아쉬워했다고 해요. 자기들이 먼저 했어야 했다면서. 중요한 것은 계속 소리를 내는 것이겠죠. 서로 다른 악기가 모여 만들어낸 화음을 계속 아름답게 이어나가야 하는 것도 우리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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