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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책 읽는 강의실’ 김주영 작가 특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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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소설에 과격한 말을 꼭 넣어야 하나요?” 2일 오후 7시, 대구 신당동 계명대학교 영암관의 한 강의실. 본지와 인터넷 서점 ‘예스24’가 벌이는 연중 독서캠페인 ‘Yes! Book’ 행사로 소설가 김주영(70)씨를 초청해 연 ‘제1회 책 읽는 강의실’에서 나온 당돌한 발언이다.

강연이 끝난 뒤 애독자들이 김주영 작가(사진右)의 작품집을 들고 친필 서명을 받기 위해 줄을 섰다. [예스24 제공]


김 작가의 『멸치』를 읽었다는 허강서(11·초등4년) 군은 작품에 나오는 비어(卑語)가 못내 마음에 걸렸던 듯 이처럼 순진한 질문을 던졌다.

순간 당황한 표정을 지었던 김 작가는 독립영화 ‘똥파리’의 예를 들어 “작품의 현실감을 살리기 위해 욕말을 쓰는 경우가 있다”며 “그럴 때는 ‘19금’ 표시를 했어야 하는데 미안하다”고 답해 청중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최근 상상우화집 『달나라 도둑』(비채)을 낸 작가는 이날 강연에서 상상력의 힘, 상상력을 키우는 법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털어놨다.

그는 “어떤 사물이나 현상을 관찰하는 중에 창의적 이미지를 터득해서 이를 자기 마음 속에 간직한 것이 상상력”이라며 교육·기업경영·예술 등 모든 분야에서 상상력의 가치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또 우주개발이란 것도 만화에서 시작된 것이며 그 만화의 바탕은 상상력이라 짚어냈다.

강연 사이사이 잡지에 실린 햄버거 사진을 접시에 담아 놓고는 허기를 달래는 소년이 등장하는 영화 얘기, 홀로 된 어머니 밑에서 지낸 어린 시절에 동네 머슴에게 들은 전설에서 이야기의 힘에 눈 뜬 일화 등을 섞으니 강의실을 메운 130여 명의 청중은 김작가의 입담에 빨려 들어가는 듯했다.

그렇지 않아도 "만사를 제쳐놓고 참석했다”(정현경·29·회사원), “김주영 님의 소설 『홍어』를 감명 깊게 읽었던 터에 책 제목이 특이해 참여했다”(박상훈·47·교직원) 등 청중들의 기대가 높았던 참이었다. 처음에 시에 뜻을 두었다가 왜 소설을 쓰게 되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서라벌 예대에 들어간 후 박목월 선생님께 제 시를 보여 드렸는데 한 열흘 말씀이 없으시다가 ‘자네는 운문에 별로 안 맞는 것 같아’라고 하신 게 계기가 됐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자기가 시를 쓰겠다 하니 어머니께서 “너 아직 덜 굶었냐”고 하시더란 이야기를 털어놓기도 했다.

강연이 끝난 뒤 계명대 국문과생인 김현정(22)씨는 “칠순 노작가여서 지루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듣는 이 눈높이에 맞춰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줘 감명 깊었다”고 했다. 강민구(46·자영업)·강승(13·중1년) 부자는 “젊어진 것 같다” “동심을 자극하는 이야기”라는 등 흡족한 얼굴이었다.

대구=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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