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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각 될뻔한 운동화 1만2000켤레 '부활'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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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 다니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단지 ‘짝퉁’이라는 이유로 소각장에서 태워질 운명이었던 새 운동화 1만여 켤레가 개발도상국 어린이들을 위한 ‘희망의 운동화’로 거듭난다.

허용석 관세청장은 오는 7일 오전 10시 인천 항동 인천본부세관 경내에 있는 시민의 숲에서 '희망의 운동화 나눔 축제'를 연다. 이날 허 청장은 유네스코(UNESCO) 한국위원회 전택수 사무총장에게 1만2000켤레의 운동화를 기증할 예정이다. 한국 유네스코는 이 운동화들을 아프리카를 비롯한 개도국 어린이와 청소년 들에게 무료로 나눠줄 예정이다.

이들 운동화는 지난해 8월 밀수업자가 중국에서 인천항으로 들여오다 인천세관에 적발돼 압수된 것들로 모두 유명상표를 위조한 ‘짝퉁’들이다. 위조 상표 제품이 적발되면 법에 따라 부수거나 소각하게 돼 있어 이들 운동화도 모두 소각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인천세관은 유네스코 한국위원회가 추진해온 ‘희망의 운동화’ 사업을 알게 됐다. 세관 안에서도 “태워버리기는 아까우니 개발도상국 청소년에게 전달하면 좋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희망의 운동화’ 사업은 운동화에 세계 평화를 상징하는 희망의 이미지를 담아 형편이 어려운 세계 각지의 청소년들에게 전달하는 지구촌 나눔 운동이다.

다만 상표권자의 허락을 얻어야 하는 걸림돌이 있었다. 해당 상표의 운동화 업체는 처음에는 난색을 표시했으나 취지를 듣고 위조 상표를 모두 떼내는 조건으로 허락했다.

기증된 운동화 가운데 2000켤레는 인천세관 홈페이지에 참가 신청을 한 서울·인천 소재 초·중·고교 학생 2000여명이 유성 매직 등으로 그림을 그려 넣어 개성이 담긴 운동화로 탈바꿈하게 된다. 예쁘게 운동화를 꾸민 학생들에게는 심사를 해 관세청장 표창도 하기로 했다.

관세청이 압수된 짝퉁 운동화를 개도국 청소년에게 전달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아직도 지구촌에는 수많은 어린이들이 맨발로 다니고 있다. 아무리 짝퉁이라고 하지만 멀쩡한 새 운동화를 태워버리는 것은 분명 자원낭비다. 소각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인천세관 관계자는 “압수된 밀수품 1t을 폐기하는 데만 15만원이 든다”며 “이번 기증으로 수백 만원의 예산을 절약하게 됐다”고 말했다. 운동화를 소각하면 맹독성 가스와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가 배출돼 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지만 기증할 경우 환경문제도 덜 수 있다. 1석3조인 셈이다.

한편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는 2007년과 지난해에는 기증 받은 정품 운동화를 우간다와 방글라데시 청소년들에게 전달했다.

김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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