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명예총재]'보선·시장 불출마' 가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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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 이회창 (李會昌) 명예총재는 지난 3월 중순 당권갈등 이후 처음으로 21일 당에 나와 기자간담회를 가졌다.자신의 비서실장을 지낸 하순봉 (河舜鳳) 의원이 총무경선에서 승리한 바로 다음날이다.

그는 당직자들을 불러 차를 나누는 여유를 보였다.주요 정치현안에 대해서도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그의 언급 중에 가장 관심을 끈 것은 "안팎에서 많은 권유가 있으나 현재로선 종로.서초갑 보선이나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할 생각이 없다" 는 부분이었다.

이 말을 놓고 측근들은 해석이 엇갈렸다.그가 종로출마를 감행하기를 바라는 이들은 "현재로선이란 단서가 붙었다.이는 6월선거 이후 정국을 봐서 결정하겠다는 뜻일 것" 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어떤 측근은 "李명예총재는 종로보선 출마를 강하게 건의받고 있으나 최근 나가지 않는 쪽으로 마음을 굳히고 있다.비율로 따지면 70% 정도가 부정적" 이라고 분석했다.李명예총재는 일단 보선지역중 서초갑에 대해선 부담을 느끼고 있다.

그는 최근 지인 (知人)에게 "내가 서초갑에 나가면 (종로에서 도망가는) 비겁한 행동이라고 비판할 것 아닌가.

만약 나간다면 종로가 될 것" 이라는 심경을 비쳤다고 한다.그가 종로보선에도 일단 유보를 밝힌 것은 그가 6월선거의 결과, 이후 당 총재경선 여부, 정계개편의 진행방향 등 정국의 큰 그림을 조망한 후 거취를 정하려는 '대기관망 (wait and see)' 전략으로 보인다.

李명예총재 측근들은 최근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정권이 예상보다 일찍 균열과 지지도 하락을 보인다고 판단, 李명예총재의 정국 중심부 진입을 준비중이다.고흥길 (高興吉) 전 비서실장 등도 다시 활동을 재개하기 위해 사무실을 물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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