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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통합 정치, 한국에서도 보고 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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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중앙일보가 5월 18일자에 게재한 ‘오바마, 주중 대사에 공화당 차기 대선주자 헌츠먼 지명’ 기사를 보면서 여러 생각이 떠올랐다.

미국은 정권 교체에 따라 바뀌는 정무직이 수천 개나 된다. 승자 독식 관행을 국민도 당연하게 여긴다. 특히 대사직은 정치헌금에 따라 배분되는 대상으로 인식한다. 정치헌금에 대한 보상으로 외국 대사직을 파는 것이나 다름없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때도 그랬다.

이런 관행을 깨고 최근 민주당 출신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주중 대사에 공화당 소속의 헌츠먼을 임명한 점은 참으로 신선하다. 이는 ‘통합 미국’을 기치로 내걸고 있는 오바마의 의지를 대내외적으로 천명한 것이다. 미국은 국제무대에서 위기 때마다 적과의 동침을 마다하지 않는 모습을 이번에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런 통합의 정치를 우리나라에선 볼 수 없어 안타깝다. 최근 한나라당은 재·보궐 선거 참패 뒤 계파 간 내분을 겪었다. 경제위기 속에서 벌어진 여당의 소모적 갈등은 국민에게 커다란 상실감을 주었다. 통합의 정치보다는 분열의 정치, 생산의 정치보다는 소모의 정치를 언제까지 국민이 감내해야 하는 걸까.

매번 장관 등 고위 정무직 임명 때 겪는 인재 부족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정파, 이념과 계파를 넘어 국가발전에 보탬이 되는 인물을 등용하는 정치문화를 꽃피울 수 없을까. 2인자 양성 문화가 없는 우리나라에서 대권 후보자들을 공직에 임용해 경쟁하고 학습하게 함으로써 실력을 검증할 수는 없는 걸까.

재미난 점은 오바마가 일본 대사에는 국제외교 경험이 없는 자기 친구를 임명했다는 점이다. 미국에 중국과 일본이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를 잘 보여줬다.

김광구 경희대 사회과학부 교수, 행정학과 전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