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스 요금 어떻게 풀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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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가스 요금을 올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정부가 검토 중인 도시가스 요금 인상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정부가 경제난을 이유로 가스 요금 인상을 억제하면서 한국가스공사는 대규모 적자를 냈다. 지난해부터 올 1분기까지 손실이 5조원에 이른다. 요금을 올리지 않고는 버티기 힘들 지경이다. 하지만 가스공사가 도시가스의 원료인 액화천연가스(LNG)를 일본보다 비싸게 들여오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가스 요금을 올리기에 앞서 경영부터 효율화하는 게 순서라는 목소리가 만만찮다.

적자의 상당 부분을 가스공사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게 인상 반대 측의 주장이다. 과연 가스 요금 인상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할지 전문가와 소비자단체의 의견을 들어봤다.

정리=권혁주 기자



공사 부채 늘면 결국 국민에게 피해
강주명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가스 요금을 최대한 빨리 올리는 게 맞다. 장기적으로 그게 소비자에게 이익이다. 가스공사는 엄청난 적자 때문에 부채가 급증하는 등 재무구조가 나빠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외국에서 자금을 빌리기 어려워진다. 해외 가스전을 개발하기 위한 외화를 마련하기 힘들어진다는 얘기다.

해외 가스전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 장기간 안정적으로 싸게 가스를 들여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런데 자금 조달에 문제가 생겨 가스 자원을 개발하지 못하면 결국 그 피해는 나중에 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온다.

최근 들어 에너지 가격이 좀 오르긴 했지만 아직도 전 세계적으로 값싼 가스전·유전이 매물로 줄줄이 나오는 상황이다. 어쩌면 지금이 자원 개발의 최적 시기일 수 있다. 최대한 빨리 가스 요금을 조정함으로써 가스공사가 부채를 줄인 뒤 외화를 조달해 해외 가스전 개발에 나설 수 있게 해야 한다.

방만한 경영 반성, 자구노력부터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가스 요금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다. 어차피 공기업이 적자를 보면 언젠가는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인상을 하지 않아도 결국에는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 또 원가가 오르면 제품 가격을 올리는 것이 시장 논리에 맞다. 그래야 에너지 가격이 오를 때 소비가 줄어 다시 가격이 안정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인상이 불가피하겠지만 조건을 붙일 필요는 있다. 무엇보다 가스공사 스스로 적자를 줄이기 위해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을 해야 한다. 소비자들로부터 ‘방만한 경영’이라는 얘기를 들을 소지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인상의 명분이 무너진다. 이에 더해 정부는 가스공사가 일본과의 LNG 도입 단가 격차를 얼마나 빨리 줄여나갈지 목표를 세우도록 하고, 달성 여부를 경영 평가에 반영해야 한다. 아울러 가스공사가 장기적인 가격 안정 계획을 세워 발표하고 이행하도록 감독하는 것도 소비자를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공공요금 원가 자료 정보공개를
이주홍 녹색소비자연대 정책팀장

가스 요금을 당장 인상하는 것에 반대한다. 사업자인 가스공사의 잘못으로 원료인 LNG를 비싸게 수입해 손해를 보고서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것은 부당하다. 요금을 올려 적자를 해소하면 가스공사가 도입 단가를 낮추려는 노력을 게을리 할 수도 있다.

가스공사는 세계 최대의 LNG 구입 기업이면서도 ‘큰손’의 이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국가별 도입량은 일본이 한국의 대략 2.5배이지만, 일본은 10여 개 민간 사업자들이 각기 도입을 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97%를 가스공사가 수입해 가스공사의 수입량이 일본 개별 기업보다 훨씬 많지 않은가. 가장 큰 문제는 가스 요금 인상이 정말 필요한지 소비자들이 판단할 정보가 없다는 것이다. 소비자단체끼리 모이면 “공공요금 원가 자료에 대해 정보 공개 청구를 해도 번번이 거부당한다”는 불만이 나온다. 가스 원가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요금 인상 논의는 소비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킨 뒤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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