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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Knowledge <40> 복합문화공간 ‘상상마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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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강현·이영희 기자

1단계│뷔페식 문화 체험하세요

일단 ‘상상마당에 가보자’고 결심했다면 일정을 넉넉히 잡는 게 좋다. 지하 4층에서 6층까지 한번 둘러보는 데만도 시간이 꽤 걸리기 때문이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그램을 확인하고 싶다면 상상마당 인터넷 사이트(www.sangsangmadang.co.kr)를 먼저 체크할 것.

일단 지하부터 시작하자. 지하 4층은 77석의 좌석을 갖춘 예술영화 전용관으로 ‘똥파리’ ‘바다 쪽으로 한 뼘 더’ 등 소규모 예술영화를 상영한다. 9월 단편영화제, 12월 음악영화제 등 계절별로 테마영화제도 열린다. 지하 2층 라이브홀은 홍대 앞에서 활동하는 인디밴드들의 ‘아지트’ 같은 공간. 인기 밴드의 공연 및 상상마당의 대표 프로그램인 ‘밴드 인큐베이팅’을 통해 성장한 밴드들의 공연이 주말마다 이어진다.

현대미술이나 디자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1~3층을 둘러보자. 서울 인사동·사간동 화랑가나 강남 갤러리 거리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비주류 미술에 대한 지원과 전시가 이뤄지는 곳이다. 1층 아트마켓은 국내 신인 디자이너들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공간. 멸종위기 동물들의 캐리커처가 새겨진 에코 머그컵, 세계 대도시 지하철 노선도를 소재로 한 디자인 상품 등 젊은 디자이너들의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담긴 문구용품, 의류, 가방 등을 판매한다. 2층 갤러리에서는 미디어 아트, 팝 아트, 조각 등 현대미술 위주의 전시가 한 달 반에서 두 달 정도의 간격으로 진행된다. 서교동에서 활약하는 신진 작가 60명의 작품을 소개하는 ‘서교육십’이 대표적인 행사. 홍대 앞 최초의 아트페어인 ‘서교난장’을 비롯해 현태준, 나카무라 데쓰야, 홍성민 등 젊은 작가들의 기획전도 이곳에서 열렸다. 3층 아트마켓은 ‘전시+마켓’의 컨셉트를 지닌 공간으로 캘리그래피, 타투 아트, 그래픽 디자인 작품 등을 전시하며 일반에게 판매도 한다. 2층과 3층은 매일 오후 1시부터 10시까지 오픈.

4층에는 인문학·글쓰기·사진 등의 강좌가 열리는 상상마당 아카데미가 있다. 서너 달 간격으로 프로그램이 바뀌며 신청은 인터넷을 통해 할 수 있다. 아직도 홍대 앞이 낯선 이들이라면 상상마당이 서울문화재단과 함께 진행하는 ‘홍대 앞 재발견’ 프로그램에 참여해 보는 것도 좋겠다. 홍대 인근에 있는 작가들의 작업실이나 공연장 등의 문화공간을 탐방하는 프로그램으로 매달 한 번씩 무료로 열린다.

2단계│개인 작업실 빌려 드립니다

제대로 된 사진을 찍고 싶지만 스튜디오가 없어 고민하는 사람들, 필름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직접 현상해 보고 싶은 사람들은 상상마당 5층에 있는 사진 창작 스튜디오를 대여해 개인 작업실처럼 이용할 수 있다. 이곳에 마련된 암실과 스튜디오는 전문 장비가 부족해 아쉬워하는 아마추어 사진가들에게 열려 있는 공간이다. 필름과 인화지만 가져오면 약품이나 장비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암실은 3시간 사용에 5만원. 조명 등의 촬영장비가 완비된 스튜디오는 가족사진이나 아이 돌사진 등을 직접 찍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자주 찾는다. 사진 촬영에 대한 특별한 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면 사진을 전공한 스태프에게 장비 사용법 등을 배울 수도 있다.

같은 층에 있는 영상편집실(CineLab)은 독립영화를 제작하는 학생이나 아마추어 영화인을 위한 장소다. 기본적으로는 상상 메이킹 지원사업을 통해 선정된 독립영화의 후반 작업을 위한 공간으로 쓰이지만, 일반 대관도 한다. 4층에 있는 강의실 역시 상상마당 아카데미 수업이 없는 시간에는 세미나룸이나 회의실로 대여해 사용할 수 있다. 30명에서 100명까지 수용 가능.

KT&G 상상마당에서는 젊은 아티스트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3층 아트마켓, 5층 스튜디오, 지하 2층 라이브홀(사진 왼쪽 위부터).

3단계│상상마당 직접 디자인하세요

상상마당의 수많은 프로그램은 직접 이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참여로 만들어진다. 상상마당 공간 활용을 위한 각종 제안을 받는 ‘상상 두드림(Do Dream)’을 통해서다. 특별한 아이디어가 있는 이라면 누구나 상상마당 홈페이지를 통해 영화관·공연장·갤러리·카페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각 공간에서 해보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제안할 수 있다. 참신하고 적합한 제안에 대해서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콘텐트 기획·제작·홍보·마케팅까지 상상마당이 지원한다. 2007년 첫 시행 후 현재까지 총 70여 건이 응모됐으며 10여 건의 프로젝트가 선정돼 진행됐다.

마지막으로 ‘상상마당 직원만 안다는’ 숨겨진 공간들을 살짝 공개한다. 만일 홍대 앞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던 중 시간이 남았다면 지하 4층 영화관 입구에 있는 ‘무료 만화방’을 찾아가라. 아담한 공간에 ‘꽃보다 남자’ ‘20세기 소년’ 등 인기 만화 200여 권이 비치돼 있어 극장 관람객이 아니라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6층 카페 역시 간단한 차와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인 동시에 음악평론가 임진모씨가 기증한 3500장 음반이 진열돼 있어 듣고 싶은 음악을 마음껏 골라 들을 수 있다. 카페 이용 시간은 낮 12시에서 밤 12시까지.

서정일 KT&G 사회공헌부장 “올 예산 75억 … 문화·예술 분야의 촉진제 될 것”

상상마당의 운영 주체인 KT&G 사회공헌부의 서정일(사진) 부장은 “상상마당을 통해 새로운 문화·예술 인재를 발굴하고 이를 통해 우리 문화를 풍부하게 만드는 게 가장 큰 운영 목표”라고 말했다. 서 부장은 2008년 1월부터 상상마당 운영을 총괄하고 있다. 그와의 ‘Q&A’ 문답을 통해 상상마당의 문화적 성과 등에 대해 들어봤다.

Q.상상마당은 언제 처음 기획됐나요.

A. 2005년 초 온라인상에 ‘상상마당’이란 커뮤니티를 연 게 첫 출발이에요. 아마추어 예술가들이 UCC 동영상 등을 올리면 이를 심사해 시상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죠. 그러다가 2007년 9월에 오프라인 상상마당을 열게 됐습니다. 온라인 공간이 가진 한계도 있었고요, 또 순수 아마추어보단 작가적인 창의성을 진작시키고 문화·예술 분야의 촉진자 역할을 하자는 취지였죠.

Q. 대기업 자본이 유입되는 데 대한 거부감도 었었을 텐데요.

A. 처음엔 홍대 지역 문화인들의 반발이 컸어요. 인디 문화를 양성하는 것처럼 하다가 결국엔 대규모 사업을 벌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였죠. 하지만 1년여 운영하면서 그런 오해는 사라졌습니다. 상상마당에서 올린 수익은 그대로 다시 이 지역 예술인들에게 재투자되죠.

Q. 수익이 나지 않는 곳에 기업이 투자를 하는 이유는 뭔가요.

A. 매출을 올리겠다는 목적보다는 문화 강국을 만드는 데 기업이 한 역할을 담당하겠다는 취지예요. 장기적으로 보면 우리 문화가 발전하면 결국 그 틀 안에서 살고 있는 기업도 혜택을 보는 것 아니겠어요.

Q. 1년6개월간 상상마당을 운영하면서 이룬 성과는 어떤 걸까요.

A. 문화계에선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아요. 또 상상마당을 통해 성장한 인디 밴드나 젊은 디자인 작가 등이 외부에서 큰 반응을 얻기도 했죠. 해외에서도 복합 문화공간이란 상상마당의 실험에 관심을 갖고 방문하는 사례도 늘었습니다.

Q. 홍대를 벗어나 상상마당의 영역을 확대할 계획은 없나요.

A. 공간의 제약이 없다고 할 수 없어요. 다른 지방에서도 요청이 많죠. 장르별로 그 지역 특성에 맞게 상상마당 지부도 곳곳에 마련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Q. 수익성이 거의 없는 상상마당을 중도에 포기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던데요.

A. 현재로선 그런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경영상 아주 긴박한 이유가 있으면 몰라도 그런 상정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예산도 지난해 65억원에서 올해 75억원으로 늘어났을 정도로 기업 내 평가도 좋습니다. 문화·예술 분야의 촉진제 역할을 계속 이어나갈 생각입니다.


뉴스 클립에 나온 내용은 조인스닷컴(www.joins.com)과 위키(wiki) 기반의 온라인 백과사전 ‘오픈토리’(www.opentory.com)에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궁금한 점 있으세요? e-메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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