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王丹 석방배경과 의미]對미국 관계 개선 의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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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중국이 19일 자국 반체제인사의 대표적 인물인 왕단 (王丹.29) 을 가석방 형식으로 석방한 것은 중국인권문제를 끊임없이 거론해온 미국과의 불편한 관계를 호전시켜보려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풀이된다.

특히 올 6월 미국 클린턴 대통령의 중국방문을 앞두고 인권문제를 둘러싼 양국간의 불협화음을 정리, 경제 등 대미협상에서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의도가 짙다고 할 수 있다.

이같은 중국정부의 제스처는 지난해 11월 또다른 저명한 반체제인사 웨이징성 (魏京生) 을 석방하면서 조금씩 가시화됐다.물론 이들의 석방이 하나같이 국외추방 형식이어서 중국의 인권문제에 대한 근본적 변화를 의미한다고 속단하기엔 이르다.

그러나 그동안 중국이 자국 인권문제에 관한한 어떤 형식의 타협도 불허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석방은 향후 중국 인권문제의 긍정적 변화를 예측할 수 있다는게 국제 인권관계자들의 분석이다.특히 미국 등 해외에서 활동중인 중국 반체제인사들이 연합을 꾀하고 있는 시점에서 王이 석방돼 앞으로 魏와 王을 중심으로 한 본격적인 대 중국 인권운동이 전개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또 지난 2월초 공개적으로 조직된 중국 최초의 야당인 '중국민주정의당' 의 활동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다만 王의 석방에도 불구하고 중국당국이 인권문제에 대한 근본적 태도변화를 표명하지 않고 아직도 수천여명의 반체제인사가 수감중에 있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중국 인권문제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엠네스티 등 국제인권단체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더한다.

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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