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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판매 느니 할인 폭 확 줄였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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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노후차량 교체 시 세금을 감면해 주는 제도가 지난달 시행된 뒤 자동차 판매가 크게 늘자 국내 완성차 업계가 신차 구매자에 대한 할인 폭을 줄이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3월부터 쏘나타 트랜스폼, 그랜저, 그랜드 스타렉스에 대해 80만∼100만원씩 깎아줬으나 이달 1일부터는 할인폭을 30만원씩 줄여 50만∼70만원만 깎아주고 있다. 베라크루즈와 싼타페의 할인폭도 50만원씩 줄였다. 익명을 요구한 현대차 국내영업본부 관계자는 "노후차 교체 수요가 급증하는 바람에 출고가 밀린 상황에서 기존 할인조건을 유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해 인기 차종의 할인 폭을 줄였다”고 말했다.

기아자동차도 오피러스 프리미엄과 스포티지에 대한 할인 혜택을 전달보다 30만원씩 줄였다. 르노삼성도 지난달 전 차종 구매고객에게 유류비 60만원을 지원했지만 6월에는 SM3·SM5·SM7에 대해서는 50만원, QM5에 대해서는 20만원만 지원해 주고 있다. 쌍용자동차 역시 노후차 세금감면 혜택을 받지 못하는 신차 고객에 대한 지원금을 5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축소했다.

지난달 자동차 내수 판매는 4월에 비해 현대차 34.5%, 기아차가 31.3% 증가하는 등 전체적으로 31.9% 늘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 업체가 정부의 세제 혜택에 따른 수요 증가는 즐기면서도 내수 증가를 위해 스스로 공을 들이는 데는 소극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완성차 업체와 달리 수입차 업체는 공격적인 할인 제도를 내놓고 있다. BMW코리아는 6월 등록 고객 가운데 노후차 교체 보조금 대상자에 대해 세금 감면액만큼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이 회사 차량의 세액 감면액은 대부분 최고치인 250만원에 해당되기 때문에 합쳐서 500만원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런 할인제도는 국산·수입차 가운데 처음이다.

푸조를 수입하는 한불모터스는 307SW HDi와 407HDi 두 모델에 대해 36개월 무이자 할부, 취득·등록세 지원, 5년(10만㎞) 소모성 부품 무상 교체 등 세 가지 혜택을 동시에 제공하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크라이슬러 코리아도 ‘300C 시그니처’ 구매 고객에 대해 엔진·변속기 등에 대한 평생 무상 보증 서비스를 실시한다.

또 일부 차종에 대해서는 취득·등록세 지원 또는 36개월 유예 할부를 해주고 있다.

혼다코리아는 2일부터 전 차종의 가격을 4~5% 인하했다. 어코드 3.5는 4590만원에서 4390만원으로 내렸다. 올 들어 두 차례에 걸쳐 총 17%나 값을 올렸지만 판매가 급감하자 다시 값을 내린 것이다.

한편 완성차 업계의 노사관계 선진화와 구조조정이 미뤄질 경우 노후차 교체 지원이 조기 종료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태진·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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