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태석 작·연출 연극'천년의 수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9면

안두희.미전향장기수.광주항쟁 진압군. 이들의 공통점은 과연 무엇일까.극작.연출가 오태석은 이들의 공통분모를 찾느라 적어도 1년이상을 뜬눈으로 보내야 했다.

지난해 3월 국립극장에 이를 소재로 한 작품을 올리려다 '시절이 하도 수상해' (너무 민감한 현대물이란 이유) 공연이 불발, 번민의 나날을 지내야 했기 때문이다.바로 그 작품이 '드디어' 나왔다.

5월8일~6월14일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공연될 '천년의 수인 (囚人)' 이 문제의 작품이다.첫 머리에 밝힌 인물들을 한데 엮어 우리 현대사의 아픈 이면을 들춰내는 힘든 작업의 첫 발걸음이다.오태석의 말. "등장인물들의 연관성이 문제였다.그러나 역사적 사실에서 잠깐 벗어나면 그곳에서 한 인간의 진실과 만날 수 있다.그게 우리네 인생이 아닌가." 오태석은 병실이란 가상의 공간을 무대로 주요인물 세사람, 즉 백범 김구 암살범 안두희.80년 광주항쟁 진압군 일원이었던 청년 장용구.김일성이 보낸 김구 암살조원 노인 (미전향장기수) 을 등장시킨다.이들이 검찰의 조사를 받거나 정신병 치료를 받는 과정을 통해 '발설' 되는 진실에 대한 탐색. 그것이 이 연극의 주장이다.

그럼 오태석이 이들에게서 발견한 그 '진실' 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공연전 대본으로 만난 오태석의 관점은 모두 다 역사의 희생양이란 인도주의적 색채를 견지한다.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백범 저격 당시 나는 자유민주주의가 우리나라 대문 앞까지 와 있다고 굳게 믿고 있었어요. 민주주의가 입성하기만 하면 남북간 혼란도 사라지리라 확신하고 백범을 쏜 거요" . 극중 안두희의 말이다.

바로 그 나름대로 애국적 저의가 숨어있다는 작가의 해석일까. 그러나 오태석은 역사적 사건보다는 그 속에 휘둘린 한 개인의 비극을 강조하는 듯하다.극중 중요한 모티브가 되는 '김구 시계' 는 유전 (遺傳) 하는 '25시 인생' 의 비극을 함축한다.

바로 이런 시각위에서만이 전혀 한자리에 모여지지 않을 것같은 세사람이 공통분모로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 출연진이 화려하다.

안두희 역은 '화술의 달인' 이호재.미전향장기수 역은 전무송이다.둘은 57세 동갑내기이자 드라마센터 (서울예전) 동기동창. 때문에 70.80년대를 풍비한 명콤비로 이름 높다.

91년 '파우스트' (호암아트홀) 출연이후 7년만의 동반무대다.장용구 역은 극단 목화의 신예 이명호. 그외 조상건.정진각.한명구 등 '오사단' 멤버들이 대거 출연한다.공연시간은 화.수.목 오후7시30분, 금 오후4시30분.7시30분, 토.일.공휴일 오후3시.6시 (월 쉼) .02 - 766 - 3390.

정재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