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지원 보류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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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김대중대통령이 주재한 14일 국무회의는 정부의 위안부 피해자 지원문제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피해자 1인에게 3천8백만원의 지원금을 우리 정부가 주고 더이상 일본 정부에는 배상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안건이 발단이었다.

외교통상부는 이미 청와대측과 '조율' 을 마친 상태였다.청와대측도 전날 "양국 관계개선의 최대 걸림돌을 피해자가 앞장서 제거하는 획기적 조치" 라는 의미부여를 했다.

위안부문제를 외교문제로 비화하지 않고 미래지향의 한.일관계로 가는 전기를 만들자는 취지였다.그러나 2시간40분이나 이어진 국무회의 결과는 '보류' 로 돌변하고 말았다.

일본 정부의 배상책임에 대한 우리 입장이 명확하지 않고, 피해당사자들과도 완벽한 협의가 없었던 '허점' 이 드러난 때문이다.

金대통령은 박정수 (朴定洙) 외교통상부장관의 보고를 받고는 "그럼 배상요구는 하지 않겠다는 것이냐" 고 되물은 뒤 "피해자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지만 일본의 책임문제는 그것대로 해결해야 한다" 고 지적했다.

이해찬 (李海瓚) 교육부장관은 "국민 정서상으로도 민감한 현안이니 지원금보다 선지급.대부형식으로 해서 나중에 받는 게 어떻겠느냐" 고 했다.

윤후정 (尹厚淨) 여성특위위원장은 "유엔도 일본책임을 인정하고 국내 여성계도 공식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며 "국가적 사죄를 주장해야 한다" 고 톤을 높였다.

듣고 있던 金대통령은 결국 "피해자들과의 충분한 협의를 거치라" 며 안건을 보류시키고 말았다.위안부문제 특유의 미묘한 국민 정서를 간과한 외교팀의 설득논리 부재가 빚은 해프닝이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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