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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 서예가 박원규,일민미술관서 3번째 개인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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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하석 (何石) 박원규 (朴元圭) 서예전은 입장료를 받습니다.' 전시장 입구에 보일락 말락 조그맣게 걸어놓은 안내문이 아니다.26일까지 서울 일민미술관 (02 - 721 - 7772)에서 열리는 자신의 개인전을 알리기 위해 여기저기 내붙인 포스터에 중견서예가 박원규 (52) 씨가 스스로 적어넣은 글귀다.

입장료는 어른 2천원, 학생 1천원. "입장료를 받는 것은 내 자신에 대한 약속입니다.또 애써 쓴 작품을 허투로 보지 말아달라는 주문이기도 합니다." 국내 미술 개인전에서 입장료를 받는 일은 드물다.더구나 관람객이 대개 선후배.제자들로 한정된 서예 개인전에는 극히 이례적이다.

'젊은 가수도 쇼를 하면 입장료를 받는데 30년간 글씨를 쓴 서예가가…' 하는게 그의 생각이다.

말하자면 '예술적 자존심' 때문이다.또 입장료를 받지 못할 작품을 쓸 바엔 '전시도 작가도 그만두겠다' 고 애초부터 자신에게 다짐한 까닭도 있다.

이번 전시에 내보인 작품은 60여점. 한글서예와 전서 (篆書) 대자 (大字) , 행서 등이다.박원규씨는 별난 서예가로 유명하다.

서예계의 일에는 오불관언 (吾不關言) , 흔한 선후배 개인전에도 얼굴을 내밀지 않는다.오로지 글씨 쓰기에만 매달리는 전업 (專業) 작가로 유일한 존재다.

별난 만큼 그는 입장료건 말고도 자신에게 걸어놓은 약속이 많다.개인전은 5년에 한번씩 하되 매년 작품집을 낸다.

개인전에는 화분이나 꽃은 일체 거절하며, 오프닝 파티도 없다는 식이다.따라서 이번 개인전은 세번째고 작품집으로는 84년 이래 15집째다.

별난 것은 개성이 강한 글씨체에서도 잘 드러난다.요즘 서예계의 유행 서체인 일명 육조체 (六朝體.위진 남북조시대에 많이 유행하며 쓰여진 예서기가 강한 해서체) 와는 전혀 다른 글씨다.

그런 점에서 그의 획 (劃) 은 낯설고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전서 (篆書) 의 근거로 중국 고문자 (古文字) 를 대고 있다.공주대 김병기교수 (중문학) 는 "한문 서예는 오랜 세월 많은 서예가가 써왔기 때문에 새로운 자획을 찾기 어렵다" 고 말한다.

그런 면에서 "사라진 글자이기는 하지만 고문 (古文) 등에서 새로운 글자 형태를 찾아내려는 하석의 노력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고 말하고 있다.'친절한 서예가가 되자' 도 그의 목표 중 하나다.

이번 전시에 그는 작가소개.작품해설 등을 담은 비디오 테이프를 만들어 전시장에 틀어놓고 있다.

자신의 부재중에 전시장을 찾아오는 관람객을 위한 서비스란 설명이다.전북 김제 태생인 朴씨는 전북대 1학년때부터 본격적으로 서예에 입문, 전주를 대표하는 서예가 강앙 (剛菴) 송성용 (宋成鏞.85) 옹에게 사사했고 79년에는 동아미술제에서 대상을 받았다.

윤철규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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