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대기업에서 권고사직을 당한 경북경산시 金모 (37) 씨는 최근 친지의 농장에서 메추리알을 받아다 대구시내 식당에 납품하는 일을 시작했다.그는 다른 소비는 줄이는 대신 프런티어 1t트럭을 필수품으로 구입했다.
쌀.야채.생선 등 생필품 행상으로 변신하는 실직자들이 늘면서 1t트럭이 '국제통화기금 (IMF) 특수 (特需)' 를 맞고 있다.거의 모든 차량들의 판매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난달에는 경차 (티코.아토스) 마저 28% 가량 줄었다.
시판중인 1t트럭은 현대 포터.기아 프런티어 등 두종류. 이들 트럭의 판매대수는 지난해 10월 1만2천4백여대에서 12월 1만1천2백여대, 올 1월 5천7백여대, 2월 5천4백여대로 급감했었다.하지만 지난달에는 2월보다 57.1% 증가한 8천5백여대가 팔렸으며 이달에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중고 1t트럭은 더 잘 나간다.서울중고차매매조합에 따르면 1t트럭 판매는 1월 4백50여대에서 2월 7백50여대, 3월에는 9백여대로 급증했다.
특히 2월이후에는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50% 이상 더 팔리는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기아자동차 제철 마케팅실장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실직자들이 상당수 생필품 행상으로 나섰고 요즘 각광받고 있는 고철이나 중고품 수집업자.소규모 무역업자에게도 1t트럭이 필수품이기 때문에 판매가 늘고 있다" 고 말했다.
원래 1t트럭의 주 수요층은 슈퍼마켓.식당 등 자영업자들로 종전에는 이들이 노후차량을 바꾸는 수요가 컸었으나 올들어서는 실직자들이 행상이나 자영업을 시작하기 위해 이 차를 처음 구입하는 수요가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게 자동차회사의 설명이다.
서울가락동 농수산물시장내 채소류 도매상 삼훈상회 관계자는 "요즘들어 실직자로 보이는 새 손님이 많이 늘었으며 이들의 주 교통수단이 1t트럭" 이라고 말했다.이를 반영하듯 가락동시장에서 물건을 떼가는 오전 시간대에는 1t트럭이 빼곡이 들어찬다.
한편 이같은 수요증가에 맞춰 기아자동차는 2월 틸팅 캡 (앞부분이 대형트럭처럼 앞으로 젖혀지는 차) 프런티어를 내놓았으며 현대도 기능을 보완한 모델을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다.
신성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