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언론서 본 정국 시나리오]옐친 '총리인준' 강온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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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러시아 정국이 세르게이 키리옌코의 총리인준을 둘러싼 보리스 옐친 대통령과 국가두마 (하원) 간의 힘겨루기로 계속 진통을 겪고 있다.지난 10일 키리옌코 총리 인준안을 반대 1백86 대 찬성 1백43으로 부결시킴으로써 기세가 오른 공산당 등 야권은 자파 의원들에 대한 크렘린의 회유를 방지하기 위해 공개투표를 요구하고 나섰다.

반면 옐친 대통령측은 2차 내지는 3차 표결에서 인준을 얻어내기 위해 야당의원들을 상대로 회유.압박의 양면작전을 전개하고 있다.러시아 언론에 나타난 전문가들의 예상 시나리오를 점검해 본다.

◇ 2차투표에서 통과 = 헌법에 따라 이번주중 실시돼야 할 2차투표에서 키리옌코가 인준을 받을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개혁파 및 크렘린 선거분석가들은 당초 1차에서 키리옌코가 많아야 80~1백5표 정도의 찬성표를 얻을 것으로 예상, 총력전을 펼치지 않았다.

그러나 개표결과 당초 예상보다 40표나 많은 찬성표가 나오자 2차에서 끝을 내자는 적극적 입장으로 전환했다.키리옌코 진영은 야당의원들에 대한 사정위협과 현금.이권제공 등 회유작업을 병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야당측 기피대상 1호인 아나톨리 추바이스 전 제1부총리를 새 내각에서 배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보수진영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한창이다.

◇ 2차투표 실패와 옐친의 방일 연기 = 야당의원에 대한 회유.압박에도 불구하고 이번 역시 인준에 필요한 2백26표를 얻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키리옌코로서는 2차에서 2백표 정도만 얻어도 성공적이란 관측이다.

그렇게 될 경우 옐친 진영은 18, 19일로 예정된 일본 방문을 재연기하고 내각 부재에 의한 경제정책의 혼란 등을 강조해 국정혼란 책임을 야당에 뒤집어씌우는 여론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 3차통과 혹은 의회해산 = 3차투표 전까지 야권분열을 최대한 도모, 일부 장관직에 야당측이 찬성할 만한 인물을 영입하겠다는 선언을 하고 이름을 언론에 흘린다.이번에도 총리인준이 안되면 의회해산밖에 없다는 협박도 병행한다.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두마의원들이 의회해산아러는 파국을 원치 않아 돌발사태만 없다면 3차투표에서는 인준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모스크바 = 김석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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