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란특감에 대한 강경식·김인호씨측 반응 "응분의 책임 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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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감사원이 외환위기의 책임을 물어 검찰에 수사의뢰한 강경식 (姜慶植) 전경제부총리와 김인호 (金仁浩) 전청와대경제수석은 "당시 정책담당자로서 필요한 책임은 지겠다" 면서 그러나 감사결과에는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고 밝혔다.

金전수석은 10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은 등의 외환위기 보고를 묵살한 적이 없다" 며 "대통령에게 알리지 않으면 도대체 무슨 득이 된다고 그랬겠는가" 라고 반문했다. 金전수석은 "지난해 10월27일의 한은 보고는 실무자 선에서 오간 것으로 내용도 국제통화기금 (IMF) 으로 가자는 것이 아니라 중앙은행간 협조를 통해 사태를 해결하자는 것이었다" 고 밝혔다. 그는 또 "직무유기를 한 적이 없으며, 하루하루 전쟁같은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다" 며 "감사위원회에 이런 입장을 설명하고 자료도 제출하겠다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고 밝혔다.

IMF로 너무 늦게 갔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지난해 11월7일 처음 IMF로 가야 한다는 논의가 제기됐고, 여러 대안을 검토한 끝에 엿새만인 11월13일 결정하고, 11월14일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며 "불과 1주일만에 신속하게 결정한 것" 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10일 부산으로 내려간 姜전부총리는 본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감사원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이상 일단 검찰에 가서 모든 것을 밝히겠다" 고 말하고 구체적인 언급은 회피했다.

姜전부총리는 그러나 얼마전 사석에서 "대통령에게 외환위기를 보고했으며, 대통령이 외환위기를 몰랐을리 없다" 고 말했었다. 그는 "지난해 3월 부총리 취임직후부터 외환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사실을 알고 국제수지 적자를 줄이고 긴축재정을 펴는 등 각종 대책을 내놓았다" 며 "그런데 이제 와서 어느날 갑자기 외환위기가 온 것처럼 하고 있다" 고 지적했다.

기아사태와 관련, 姜전부총리는 "기아가 구조조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했는데, 음모로 몰아가며 여론조작을 시도한데다 정치적으로 해결하려고 해 내 힘으로 풀 수 없었다" 고 설명했다.

당시 경제팀 핵심 주역들이 '환란 (換亂)' 과 관련한 주요 쟁점에 대해 나름대로의 의견을 정리해 놓은 것을 요약, 소개한다.

◇ 기아처리를 너무 오래 끌었다 = 기아는 부도와 함께 부도유예협약 적용을 받아 일단 두달을 끌 수밖에 없었다. 이어 기아가 화의를 신청, 다시 법적 절차를 밟는 시간이 필요했다. 화의로는 안된다는 점을 사회적으로 확인시키는데 3주일이 더 걸렸다.

기아 처리는 시간보다 처리원칙이 문제의 핵심이었다. 국민기업 운운하면서 정치적으로 문제를 풀려던 경영진의 자세와 여기에 부응한 언론및 사회분위기가 국제신인도 하락의 결정적 요인이었다.

◇ 외환위기에 늑장 대처했다 = 외환위기 가능성은 96년 국제수지 적자가 2백37억달러에 달하고 단기외채 비중이 높은 상태에서 대기업들이 연속 쓰러지면서 97년중 계속될 수밖에 없었다. 10월말 홍콩 금융위기 이후 외국투자가들의 자금회수가 시작되던 차에 11월초 일본계은행을 중심으로 전면적인 자금회수 상황에 이르러 외환위기가 터졌던 것이다.

곧바로 정부는 ▶11월7일 IMF 지원요청 논의▶14일 대통령 재가▶16일 캉드쉬 총재 방한 등 빠른 수순을 밟았다.

◇ 실상을 은폐했다 = 은폐한 사실이 없고 그럴 이유도 없었다. 경제의 기초가 비교적 좋다는 것은 10월15일 IMF대표단도 공식 언급한 사항이었다.

경제책임자가 필요한 범위안에서 경제의 좋은 측면을 말하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 경제가 망하기 직전이라고 이야기하면서 해외에 돈을 빌려달라고 했다면 그것이 과연 정상인가.

◇ 부총리 등 몇몇 당국자가 잘못한 인재 (人災) 였다 = 정비불량인 차가 낸 사고를 완전히 운전기사 잘못으로 돌리는 꼴이다. 11월들어 외채만기 연장이 안되는 상황에 즉효약은 없었다.

며칠 빨리 대책을 마련했다고 해도 달라진 것은 없었을 것이다. 결국 지금 IMF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구조개혁 과제를 적어도 몇년전에 알아서 했던 것 이외에 무슨 대안이 있었을까.

◇ 국가차원의 위기관리시스템이 없었다 = 위기관리시스템은 북한 붕괴 등 전시에 버금가는 특별상황에나 필요한 것으로 통상의 경제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외환위기를 국가단위에서 관리하는 시스템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국제수지 개선 등 거시경제 운용으로 대처해야 할 사안이다.

고현곤·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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