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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내한 앞둔 베이시스트 론 카터 전화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악기 더블베이스의 높이에 필적하는 1백90㎝ 키, 따스하고도 근엄한 표정으로 '재즈계의 백작' 소리를 듣는 론 카터.현존하는 재즈 베이시스트중 단연 첫손 꼽히는 인물이다.하드밥.쿨재즈 등 정통재즈와 팝적 요소를 접합한 퓨전재즈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탁월한 해석력, 1천명 넘는 뮤지션들의 세션을 맡아준 경륜을 보더라도 그의 이름은 두드러진다.

61년 에릭 돌피와의 미국투어로 이름을 알린 그는 63~68년 허비 행콕.웨인 쇼터.토니 윌리엄스와의 그룹활동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그는 일본에서는 잦은 공연과 산토리 위스키 CF 출연으로 일본인들에겐 낯이 익다.

하지만 국내에는 한번도 온 적이 없다가 지난해 11월 뉴욕에서 색소폰주자 이정식의 독집 녹음에 세션으로 참여한 것을 계기로 첫 내한공연을 가진다.23일 오후7시30분 서울 호암아트홀 (02 - 751 - 9997~9)에서 그때 주인공 이정식, 세션 멤버였던 피아니스트 케니 바론, 그리고 드러머 페이톤 크리슬리와 함께 '이정식 인 뉴욕' 의 주요 레퍼토리를 연주하는 것. 팻 메시니.오스카 피터슨과 더불어 한국인이 가장 보고 싶어하는 재즈뮤지션으로 꼽히는 그의 뉴욕 자택에 전화를 걸어 단독인터뷰했다.

- 국내재즈팬을 대신해 방한을 환영한다.

"처음 찾는 나라라 호기심만 많고 아는 바가 없다.

그러나 한가지 아는 게 있다.이런 공연과 음반 (이정식 인 뉴욕) 을 성사시킬 만큼 좋은 재즈팬들이 있는 나라란 점이다. "

- 세션 상대를 고르는데 까다로운 당신이 이정식의 세션을 맡아준 건 음악이 마음에 들었다는 얘긴데.

"나는 프리랜서 연주인이다.세션은 내 당연한 일이다.(웃음) 이정식의 음악이 맘에 든 이유는 그 연주에 자유로운 느낌 (free feeling) 이 풍만했고, 동양적이며 이국적인 포크 (민요) 맛도 났기 때문이다.한마디로 그는 좋은 뮤지션이다.가능성이 큰 연주자다. "

- 당신은 한국 재즈팬이 가장 보고싶어하는 뮤지션 중 한사람이다.

알고 있는가.

"오, 마이 플레저 (나의 기쁨)! 그들에게 대신 감사의 뜻을 전해달라. 하지만 나는 청중의 반응이 뜨거울수록 냉정하게 연주하는 원칙을 갖고 있다."

- 무대에서 정규 레퍼토리외에 당신과 바론, 페이슬리 셋이 따로 현장 즉흥연주를 해주기를 한국팬들이 바라고 있다.

"정말 한국팬들이 바란다면 그런 순서가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단언하긴 어렵지만 그렇게 예측한다.재즈란 자유고 자유에는 즉흥성이 따르지 않는가."

- 이정식 세션을 맡았던 루이스 내시 대신 오는 드러머 페이슬리는 당신이 뽑았다고 들었다.한국팬들은 잘 모르는 사람인데.

"아, 그는 내 무대에서 여러번 콤비를 이룬 좋은 음악인이다.따로 설명은 않겠다.이번 공연을 통해서 한국팬들은 그를 잘 알게 될 것이므로. "

- 영향받은 음악인이 있는가.

"없다.내가 내 음악을 형성한 주체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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