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대출, 당장 부담 적다고 ‘변동형’ 고수하다간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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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회사원 김정덕(38)씨는 최근 1억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서 고민에 빠졌다. 변동금리형과 고정금리형 중 어떤 게 유리할지 판단이 잘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가 고를 수 있는 메뉴는 세 가지. 한 시중은행 서울 소재 지점은 그에게 변동형 대출은 연 5.5%, 고정형은 연 6.6%의 금리를 제안했다. 그러나 주택금융공사의 고정형 대출인 보금자리론의 금리가 연 6.1%(인터넷 신청 시 연 5.9%)였던 까닭에 김씨는 은행 고정형은 일단 고려 대상에서 제외했다. 남은 선택은 금리가 최대 0.6%포인트 차이가 나는 시중은행 변동형 대출과 보금리자리론. 보금자리론을 선택하면 김씨는 최대 월 5만원을 더 내야 한다. 그러나 향후 시중금리가 올라 변동형의 이자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게 문제였다. 1주일을 고민하던 김씨는 결국 변동형을 택했다. 김씨는 “시중금리가 오를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 아닌가. 현재 이자 부담이 적은 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요즘 대출을 받는 사람은 대체로 김씨와 같은 선택을 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3월 말 기준으로 전체 주택담보대출(247조원) 가운데 변동형 대출이 92.4%를 차지했다. 대다수가 변동형을 선택한 것은 당장의 이자 부담이 고정형보다 작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택금융공사의 정기춘 유동화기획부장은 “변동형이 이자 부담이 작은 게 사실이지만 지금 시점에선 변동형이 고정형보다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현재 변동형 금리의 이자 부담이 작은 것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빠른 속도로 내리면서 변동형 대출의 기준이 되는 3개월짜리 양도성예금증서(CD)의 금리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CD금리는 지난해 10월 연 6.18%까지 치솟았지만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불과 2개월여 만에 2%대로 내려앉았다.

그동안 짧은 시간 내에 금리가 가파르게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이후엔 급등할 위험이 있다. 우리투자증권 박종연 연구원은 “경기가 바닥에 이르고 있다는 징후가 많아지면서 시중금리의 상승 압력 요인이 갈수록 늘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은 아닐지라도 한은이 시중 유동성 흡수를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면 CD금리도 덩달아 오르게 돼 있다.

이 경우 대출 고객은 물론 경제 전체에도 적잖은 충격이 가해진다. 우선 CD금리가 조금만 올라도 변동형의 이자 부담은 커진다. 회사원 김정덕씨의 경우 현재 2.41%인 CD금리가 3.01%만 돼도 이자 부담이 보금자리론보다 많아진다. 이자 부담이 커지면 민간 소비가 위축된다. 이는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이미 가계가 부채를 정상적으로 갚을 수 있는 능력은 거의 한계 수준에 이르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금융부채를 가처분소득으로 나눈 배율은 지난해 1.4배로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2년 이후 최대였다. 처분 가능한 소득이 100만원이라면 갚아야 할 빚은 140만원이라 는 얘기다.

그런데도 대출 고객을 고정형으로 유도할 만한 상품은 많지 않다. 고정형을 고르고 싶어도 하기 어려운 경우가 적잖다. 시중은행의 고정형 대출은 변동형보다 금리가 1%포인트 이상 높고, 보금자리론의 경우 집값이 9억원 이하여야 한다. 변동형 대출이면서 금리의 상한선을 정한 혼합형 상품도 있지만 비용을 별도로 내고 나면 큰 실익이 없다.

건국대 부동산학과 고성수 교수는 “금리 변동에 따른 위험이 작은 고정형 상품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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