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속 후유증 … 6월 증시도 속도조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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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속도 조절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내놓는 6월 증시 전망이다. 3~4월의 질주와 5월 숨 고르기를 거쳐 증시는 갈림길에 서 있다. 눈높이는 낮춰져 있다. 코스피 지수가 도달할 수 있는 상단을 1400대 중반 이하로 제시한 곳이 많다. 다시 뜀박질을 시작할지, 주저앉을지는 ‘경기 회복’이라는 양분이 얼마나 신속하게 공급되느냐에 달렸다는 게 한결같은 분석이다.

◆갈림길에 선 증시=증시는 항상 경기보다 앞서 나간다. 하지만 지나친 ‘오버 페이스’는 문제다. 지난 3~4월 13%씩 상승했던 코스피지수는 5월에는 2% 상승하는 데 그쳤다. 삼성증권 오현석 투자정보파트장은 “단기적으로 지수가 박스권에서 움직이며 기업 이익이 개선되기를 기다리는 과정이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큰 방향은 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대신증권 구희진 리서치센터장은 “길게 보면 부담이 있을 때는 쉬어 가는 게 좋다”며 “이번 조정은 하락 반전의 시작이 아니라 속도 조절의 차원”이라고 덧붙였다. 교보증권 주상철 투자전략팀장도 “경기 선행지수가 4개월째 상승세를 보이는 등 지표가 꾸준히 좋아지고 있다”며 “증시는 완만한 상승세를 탈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의 길이와 폭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경계론도 나온다. 기대와 현실의 거리 메우기가 생각만큼 쉽지 않은 여건이라는 것이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선임연구원은 “‘돈 잔치’의 효과는 하반기로 갈수록 줄어들고 구조조정 등 위험 요소도 도사리고 있지만 시장의 기업 실적 기대치는 한참 높아져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에만 기대고 있는 것도 불안 요소라는 지적이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도 “손바닥이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 외국인의 매수만으로 지수를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라면서 “펀드로 돈이 들어오지 않아 기관이 매수로 돌아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큰 배가 덜 흔들려=5월 말엔 외부 악재까지 가세하면서 증시의 변동성이 컸다. 파고가 높을 땐 큰 배가 덜 흔들리는 법이다. 지난주 코스피는 0.56%, 코스닥은 4.56% 하락했다. 코스피 내에서도 대형주가 중소형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매수세를 주도하고 있는 외국인들이 집중적으로 주워 담고 있는 것도 대형 우량주다. 지난주 외국인들은 삼성전자를 2300억원, 포스코를 2100억원가량 순매수했다. 현대차도 600억원 넘게 샀다. 우리투자증권 박성훈 연구원은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보면 코스닥보다는 코스피, 중소형주보다는 대형주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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