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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진정 물려주어야 할 것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15호 12면

음식으로 치자면 ‘밥’ 같은 책들이다. “이런 맛 처음이야” 식으로 호들갑 떨 내용은 없지만, 끝까지 붙들어 피와 살로 만들어야 할 기본 지침들을 담고 있다.
『최고의 유산』은 우리나라에 감성지수(EQ)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한 서울대 교육학과 문용린 교수의 신작이다.

저자의 첫째 메시지는 “부모의 잣대로 아이의 미래를 예측하지 말라”는 것이다. 반면교사의 사례로 빌 게이츠를 들었다. 1981년 컴퓨터 천재 빌 게이츠가 “메모리 640KB면 모든 사람들에게 충분하고도 넘치는 용량”이란 말을 했다고 한다. 컴퓨터 부품 중 데이터를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데 쓰이는 임시기억장치(RAM)를 두고 한 말이다. 하지만 그로부터 10년이 채 지나지 않아 빌 게이츠의 예측은 어긋나기 시작했다. 이제 640KB로는 인터넷 검색창조차 열기 힘들다고 한다. 세계 최고의 컴퓨터 전문가 빌 게이트도 자신이 평생 몸담아왔던 분야의 10년 뒤를 내다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 현재 상황에 맞춰 자식의 미래를 설계하려는 부모들의 시도가 얼마나 한심한 결과를 빚을지 모를 일이다. 학업 성적에 목매는 학력 지상주의와 돈 많이 버는 직업을 최고로 치는 물질만능주의가 미래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리라 굳게 믿는 부모들은 자식의 인생을 건 도박을 하고 있는 셈이다.

저자는 “단언컨대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 사회는 지금 부모로서는 전혀 예측할 수 없다”면서 “앞으로 어떤 미래가 오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인생을 개척할 정신적 자산을 물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정신적 자산이 바로 책 제목이 말하는 ‘최고의 유산’이다. 자기성찰력과 긍정심, 행복을 찾는 눈, 몰입의 기쁨, 만족지연능력, 인간친화력, 생각의 자유 등 일곱 항목으로 나뉘었다.

30년 경력 교육학자의 조언은 뻔한 듯하면서도 ‘속물’ 부모들의 가슴을 뜨끔하게 만든다. “진정한 긍정심은 실패하고서도 이것이 성공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믿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행복은 마음의 습관이다” “인간친화력을 갖춘 아이는 성공을 해도 부작용이 없다” 등 기억할 만한 어록도 여럿이다.

부록 ‘유산일지’도 알차다. 실제 생활 속에서 아이에게 일곱 가지 유산을 전달할 수 있도록 행동 요령을 담았다. 유산 한 항목에 1주일씩, 총 49일 동안의 프로그램이다. 예를 들어 첫 주는 ‘자기성찰력’을 키워주는 주다. 첫째 날엔 아이에게 혼자만의 시간을 선물하고, 둘째 날엔 아이에게 제일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알아본다. 동시에 부모가 반성해야 할 바도 짚어줬다. ▶나는 오늘 아이가 하고자 하는 일에 간섭하지 않았는가 ▶의견을 묻지 않고 일방적으로 시킨 일은 없는가 등이다. 아이에게 이런 유산을 물려주면서 부모도 부자가 될 듯하다.

『바람직한 부모 되는 길』은 만 0∼3세 영아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책이다. 그동안 만 3세 이상 유아 교육은 유치원 교육과정 등을 통해 체계적으로 이뤄진 편이지만, 만 0∼3세 교육은 각 가정의 형편에 따라 주먹구구로 해왔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동아방송예술대 교수인 저자는 “영삼이(만 0∼3세)들은 어리고, 아무것도 모르고, 스스로 행동할 수 없다는 어른들의 단정적 생각과 판단으로 그동안 교육을 간과해왔기 때문에 청소년 시절의 교육투자가 소모적이었음을 알아야 한다”고 소리 높였다.

그래서 저자는 아이들을 새싹 시절부터 철저히 돌보자는 ‘버드 스타트(Bud start) 운동’을 제안했다. 국가와 사회가 만 0∼3세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렇다고 교육 주체로서의 각 부모들의 역할을 무시한 것은 아니다. “자녀에게 헌신하려 하지 말고 모범이 되자” “영·유아 시절부터 한자 교육을 해야 한다” “아이들의 배려를 무시하지 말고 흔쾌히 반응해야 한다” 등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들이 빼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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