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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상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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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우리은행’이라는 상표를 특정 은행이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는 국민·신한은행 등 8개 은행이 낸 상표 등록 무효소송에서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특허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9일 밝혔다.

2007년 나온 특허법원의 판결에선 8개 은행이 일부 패소했었다. 사건을 넘겨받은 하급법원은 반드시 대법원의 판결을 따라야 하므로 우리은행의 상표 등록을 둘러싼 논란은 이로써 일단락됐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우리은행’의 상표등록을 허용하면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써야 하는 ‘우리’라는 용어에 대한 이익을 등록권자에게 독점시키고 특별한 혜택을 주는 것”이라며 “이는 공정한 서비스업의 유통질서에도 반한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로 다른 은행들도 ‘우리은행’이라는 명칭을 쓸 수 있게 됐다. ‘우리은행’이란 이름이 들어간 상품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은행이 이름을 바꿔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소송이 은행 이름(상호)과 관련한 것이 아니라 브랜드 등 상표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이라는 상표를 둘러싼 은행권의 갈등은 2002년 한빛은행이 우리은행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시작됐다.

다른 은행들은 내부에서 ‘우리은행’이라고 얘기하면 어느 곳을 말하는지 헷갈린다며 불만을 보였다. 2005년엔 8개 은행이 공동으로 ‘우리은행’의 상표 등록을 무효로 해달라고 소송을 냈다.

판결에 대한 은행권의 반응은 엇갈린다. 우리은행 측은 패소하긴 했지만 상호를 유지하고 영업을 하는 데는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다. 우리은행 김기린 공보팀장은 “상표등록이 무효로 됐지만 우리은행처럼 일반인들 사이에서 널리 사용되는 명칭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법에 따라 보호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소송을 낸 은행들은 4년을 끈 자존심 싸움에서 승리한 데 일단 만족하는 표정이다. 다만 상표 등록을 무효화한 것만으론 실익이 적다는 게 고민이다. 우리은행이라는 명칭을 쓸 수는 있지만 이렇게 되면 고객이 혼란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부 은행에선 우리은행이 상호를 더 이상 쓰지 못하도록 상호변경 소송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원배·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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