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이산가족 제3국 상봉실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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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남북 이산가족들이 제3국에서 상봉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92년부터다.

한.중수교에 따라 옌벤 (延邊).단둥 (丹東) 등지가 남북 실향민들의 만남의 광장으로 떠올랐다.

당초 실향민들이 중국을 찾은 이유는 두만강 너머로 고향땅을 바라보기 위함이었다.

그러던중 '아무개가 북한에 두고온 친척을 만났다' 는 성공사례가 실향민 사이에 알음알음으로 전파돼 이제는 연간 수백건의 제3국 상봉이 이뤄지고 있다.

제3국 상봉은 대개 '생사확인→편지전달→상봉→자금및 생필품 지원' 의 순으로 진행된다.

주로 조선족 중개인을 통해 일을 추진하며 단계마다 비용이 다르다.

착수금으로 1백~2백달러가 들며 생사확인.사진입수.편지전달은 1천달러, 직접 상봉은 6천~1만달러가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간혹 친척에게 전달하는 돈이 중간에서 사라지는 '배달사고' 가 일어나 실향민의 애를 태우기도 한다.

북한은 오랫동안 월남자 가족들에 대해 여러 형태로 박해를 가해왔다.

그러나 80년대 후반이후 가족상봉을 위해 북한을 찾는 해외동포들이 늘어나면서 태도가 바뀌었다.

그러다가 최근들어서는 제3국 상봉을 사실상 묵인하는 상황에 까지 이르렀는데 이는 북한측이 상봉 주선과정에 개입하면서 챙기게 된 쏠쏠한 '상봉달러' 에 맛을 들인 탓으로 풀이된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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