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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미디어 대전]3.전송 네트워크를 잡아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미디어업체들은 콘텐츠 (프로그램 등 내용물) 뿐만 아니라 네트워크 확보에도 생사를 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아무리 좋은 볼거리라도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전달할 수단이 없다면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콘텐츠를 보다 많은 수용자에게 보다 빠르고, 보다 완벽하게 전달할 수 있느냐는 전송 수단이 좌우한다.

관련 기술의 발달에 따라 통신.방송.인터넷 등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지금, 새로운 전송 수단에 대한 개발.확보를 게을리하다가는 21세기 뉴미디어 경쟁에서 탈락할 판이다.

지난해 타임 워너사와 루퍼트 머독의 뉴스 코퍼레이션은 케이블 방송 송출 문제로 한판의 뜨거운 법정 대결을 벌였다.

지난 96년 미국 2위의 케이블방송사 (MSO) 인 타임 워너 케이블사를 거느리고 있던 타임 워너 측이 머독의 케이블 뉴스채널인 폭스 뉴스의 송출을 거부한 것이 싸움의 발단이 됐다.

머독 측은 이를 불공정 행위라며 소송을 제기하는 등 공세를 펼쳐 결국 폭스 뉴스를 타임 워너의 케이블망을 통해 송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런 싸움은 최근 미디어업계의 각광을 받는 디지털 위성방송과 케이블 TV망을 통한 부가서비스 등을 둘러싸고 치열하다.

전화업체까지 가세해 새로운 경쟁.연합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1백개가 넘는 다채널을 무기로 빠른 신장세를 보이는 미국의 디지털 위성방송은 제너럴 모터스 (GM) 자회사인 휴스 일렉트로닉스가 운영하는 디렉TV를 선두로 ▶프라임스타 ▶에코스타 등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머독은 지난해 에코스타사를 합병, 총 7개의 위성을 이용해 5백개의 다채널 위성인 'ASkyB' 설립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타임 워너 등이 머독 산하의 케이블 채널의 전송을 거부하겠다고 압박하자 머독은 계획을 포기해야 했다.

케이블TV 분야는 미디어 융합이 진전될 경우 다양한 부가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미국 1, 2위의 케이블방송사인 TCI사와 타임 워너 케이블은 최근 케이블망을 이용한 고속 인터넷 서비스 사업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타임 워너의 경우 지난 96년9월 자사의 케이블망을 이용, 고속 인터넷 서비스인 '로드 러너' 의 상용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에 대항해 TCI와 콕스 커뮤니케이션.컴캐스트 등이 공동 출자한 '애트 홈' 도 비슷한 시기에 서비스를 개시했다.

미 서부의 지역전화회사이며 케이블TV 방송국도 보유한 US웨스트는 '미디어원 익스프레스' 라는 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실시 중이다.

이 서비스는 기존 케이블TV 시청자들이 '케이블 모뎀' 이라는 장비를 설치하면 월 40달러 정도의 요금으로 기존 전화선보다 1백배나 빠른 인터넷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로드 러너와 애트 홈의 경우 비디오.오디오 등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고속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것이 발전될 경우 장차 PC통신이나 케이블TV 등을 위협하게 된다.

미국의 경우도 현재 케이블TV 가입자는 업체당 수만명 정도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기술 발전과 초기 시설 비용이 낮아질 경우 하나의 망으로 전화와 TV.인터넷.홈쇼핑.원격교육.도난방지.PC통신 등의 서비스를 한꺼번에 제공할 수 있게 돼 각 업체들은 투자를 게을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도 최근 통신업체인 '두루넷' 에서 케이블 모뎀을 이용한 고속 인터넷의 시범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사업을 위해선 기존 케이블망을 광케이블 등으로 교체해야 하는 등 엄청난 비용이 든다.

이 때문에 현재 로드 러너와 미디어원 익스프레스의 합병이 추진되고 있다.

또 미국 최대 통신업체인 AT&T가 애트 홈에 지분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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