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귀국보고]"선진국 정상 설득 투자조사단 유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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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갈 때는 많은 걱정을 했지만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온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이번 회의의 주제는 여러가지가 있었지만, 특히 아시아 금융위기 문제였다.

그러나 각국 정상들이 아시아지역 금융위기를 잘 극복해야 한다고 합의는 했지만 구체적인 성과를 내보려는 노력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발언권을 얻어 우리가 금융위기를 어떻게 다뤄야 할 것인지 세가지를 말했다.

하나는 세계에서 외환투기를 하는 사람들이 횡행, 외환시장이 교란돼 약한 나라들의 경제가 파괴되고 많은 건실한 기업들이 도산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회의에서 이 문제를 경고하고, 나아가 서방선진 7개국 (G7) 이나 유엔이 세계 외환질서 교란에 대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둘째, 아시아 금융위기에 대해 손에 잡히는 대책이 없으면 해당국에 많은 실망을 줄 것이기에 적어도 투자조사단을 보내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도와주어야 한다.

셋째, 아시아 각국들도 스스로 반성하고 자구노력을 해야 한다.

한국은 과거의 잘못을 청산하고 국제관행에 맞는 시장경제원리를 확립하려고 노력중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구체적인 투자조사단 파견문제는 3일 2차 회의에서 결말을 보지 못했다.

그래서 영국 여왕 만찬에서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와 하시모토 류타로 (橋本龍太郎) 일본총리 등 지도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이번 회의가 열매 없이 끝나면 유럽이 아시아 경제가 나쁘니까 관심을 쏟지 않고, 도와주지 않으려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면 이번 2차 회의가 마지막이 될 우려가 있다" 고 지적했다.

그렇게 해서 각국의 전면적인 동의를 얻었다.

결국 이번 회의에서 유일하고 구체적인 성과는 한국에 투자조사단을 보내 도와주자는 것으로 결론났다.

영국의 블레어, 일본 하시모토 총리는 "결국은 한국뿐" 이라고 했다.

아시아 국가중 한국만 준비가 됐고 나머지는 준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특히 중국 주룽지 (朱鎔基) 총리와 만나서는 남북문제와 관련해 의견교환을 많이 했으나 내용을 별도로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

어업협정을 빨리 맺고, 중국의 원전 건설에 우리가 참여하도록 협력하고, 중국 관광객이 우리나라를 더 많이 찾을 수 있도록 우리나라를 여행자유지역으로 해달라는 문제 등을 얘기해 적극적인 협력 용의 답변을 얻었다.

하시모토 총리와도 한.일관계를 재정립하도록 노력하자는 원칙에 뜻을 같이 했으며, 일본측에서 조속한 방문을 요청해왔다.

일본측에서도 5월에 한국투자단을 파견하겠다고 약속했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대통령과는 고속철도문제를 얘기했는데, 프랑스에서 지금까지의 경험과 지식을 활용해 싸게 고속철을 건설하는데 도움을 주겠다고 했다.

외규장각 문서 문제는 양국 전문 학자들이 학술적 입장에서 논의해 결론을 내면 정부차원에서 따라가기로 했다.

모든 정상들과의 모임에서 우리의 대북정책을 설명했는데, 각국 정상들이 이의없이 우리 정책을 적극 지지해줘 대단한 힘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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