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 브레이크 없는 하락]미국은 호황 환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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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국은 사상 유례없는 호황이 계속되고 있다.

컴퓨터 등 첨단정보 산업이 뒤를 받쳐주는 고속성장의 건실한 기조속에서 각종 경제지표들은 신호등이 고장이라도 난듯 청신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 뉴욕증시의 다우공업지수 평균이 연일 사상 최고치 경신을 거듭하고 있으며 채권값의 고공행진이 뒤를 따르고 있다.

강력한 경제의 뒷심에 힘입어 미 달러화도 덩달아 강세 기조를 이어 나가고 있다.

경기과열의 위험신호인 물가불안 조짐은 찾아보기 힘들고 실업률도 30여년만에 최저 수준인 4%대다.

3일 다우공업지수가 한때 사상 처음으로 9, 000선으로 훌쩍 뛰어 넘은 데는 미국의 3월 실업률이 4.7%로 전월보다 0.1%포인트 높아진 것 때문이라는 것이 증시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실업률이 높아지면 주가는 악영향을 받게 마련이지만 투자가들에게는 경기과열을 예방하기 위한 당국의 금리인상 등 금융긴축 가능성이 적어질 것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오히려 호재로 작용했다는 것. 한마디로 요즘의 미국 경제는 경제학자들이 기존의 학설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관측 논리를 만들어야만 설명이 가능하다고 혀를 찰 정도. 강한 경제에 힘을 얻은 빌 클린턴 대통령은 올해 연두교서에서 "미국은 이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세계의 정상에 서 있다" 고 자신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클린턴에게 이같은 경제 강세는 끊임없이 불거져 나오는 섹스 스캔들을 무마시켜주는 묘약이 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미 경제의 앞날에 장밋빛 청사진만 제시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의 경제상황에 거품이 잔뜩 끼여 조만간 풍선이 터질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미국내에서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있다.

정상적인 기업가치를 뛰어넘어 천정부지로 오르는 주가에 대한 우려가 높다.

포천 등 유력 경제전문지들은 최근 특별 기획기사를 통해 이제 미국 투자자들은 버블 붕괴시대의 주가하락에 서서히 대비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국제 금융전문가들은 특히 일본 경제의 침체가 미국에 미칠 악영향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일본은 미 재무부 채권을 무려 2천9백억달러어치나 보유하고 있는 투자국이다.

간단하게 말해 일본이 경제 침체를 해소하기 위해 이들 채권을 무더기로 팔 경우 미국 증시의 대세 상승기조도 끝장이라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임봉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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