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예술·상업 사이 박쥐 같은 스타일 매력 끈 듯”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1면

 “15일 열린 ‘박쥐’ 상영 때 반응이 뜨거워서 기대를 좀 하긴 했습니다. 해외 영화제를 많이 다녀봤지만 그렇게까지 진심으로 환호하는 모습을 본 건 처음이었거든요.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이 있긴 했습니다.” 제62회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은 ‘박쥐’의 귀국 기자회견이 열린 서울 CGV 압구정에 나타난 박찬욱(46·사진) 감독은 ‘상 받으리라는 기대감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하며 밝게 웃었다. 그가 칸 영화제에서 본상을 받은 것은 2004년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올드 보이’ 이후 두 번째다.

-‘박쥐’는 개봉 후 국내에서도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렸다. 칸에서 어떤 이유로 상을 받았다고 생각하는가.

“공식 확인은 못해봤지만, ‘박쥐’가 칸 영화제 62년 사상 처음으로 경쟁 부문에 오른 뱀파이어 영화라는 말을 들었다. (해외 영화인들은) 장르적·오락적 성격이 강한 ‘박쥐’가 영화제에 초청받았다는 점을 특이하게 생각하는 눈치였다. 시장에서는 예술영화 취급을 받고 영화제에 가면 상업영화 취급을 받는 것이 ‘박쥐’ 같은 영화의 운명인 것 같다. 뱀파이어 영화는 수없이 많지만 바로 이런 점이 매력으로 다가간 게 아닌가 싶다.”

-칸에 가기 전 영화에 대해 들었던 반응 중 기억에 남는 것은.

“칸 영화제에 초청받으려고 이렇게(자극적이고 파격적으로) 만들었다는 것과, 칸(심사위원들)에 잘 보이려고 상현(송강호)의 성기를 일부러 노출시켰다는 것 두 가지다. 정말 독특하고 분방한 상상력이라고 생각했다.(웃음)”

-언론과 대중의 관심이 영화제 수상 여부에 집중되는 분위기를 어떻게 보나.

“영화제가 경쟁 부문을 운용하거나, 감독이 경쟁 부문에 작품을 내는 이유는 바로 그런 관심을 끌어내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상을 받지 못했다고 해서 ‘수상 실패’ 이렇게 보도하진 말았으면 좋겠다. 누군가가 ‘영화제 경쟁 부문은 승자는 있어도 패자는 없는 게임’이라고 했는데, 내 생각도 같다.”

-수상 후 이명박 대통령이 보낸 축전을 받으니 어떤 생각이 들었나.

“어렸을 적 권투선수가 챔피언이 돼 대통령의 축전을 받는 TV 중계방송 보던 기억이 떠올랐다. 내 일 같지 않고 낯설고 비현실적인 기분이었다.”

-심사위원을 맡은 이창동 감독과는 어떤 얘기를 나눴나.

“식당에서 한 번 우연히 마주쳤고, ‘한국 영화의 밤’에서도 만났는데, 괜히 입장이 곤란할 것 같아 못 본 척했다.”

기선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