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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축구하다 메시가 되면 좋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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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2006년 이후 3년 만에 유럽 클럽 축구 정상에 오른 FC 바르셀로나의 힘은 탄탄한 유소년 육성 시스템에서 나온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바르셀로나는 메시·사비·이니에스타·피케 등 무려 7명의 유스 출신이 선발 출전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3명에 그쳤다. ‘클럽 이상의 클럽’(mes que en club)을 모토로 하는 바르셀로나의 유소년 시스템을 스페인 현지에서 취재했다.

FC 바르셀로나 유소년 축구학교 어린이들이 공을 손으로 패스하며 전술 개념을 익히고 있다. [바르셀로나=김성룡 기자]


#“즐겁게 축구하다 보면 메시도 된다”

FC 바르셀로나의 홈 구장인 캄프 누에서 500m 정도 떨어진 곳에 바르셀로나 유소년 축구교실 훈련장이 있다. 오후 6시부터 7~10세를 대상으로 하는 축구교실 수업이 열린다. 바르셀로나 1군 선수들이 입는 것과 똑같은 디자인의 트레이닝복을 입은 꼬마 선수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선수 10명당 코치가 하나씩 붙어 가르치고, 골키퍼만 모은 그룹도 2개가 된다. 1시간 동안 진행되는 훈련은 처음부터 끝까지 공을 갖고 이뤄진다. 공을 몰면서 가볍게 몸을 푼 뒤 패스·드리블·슈팅 등 기본기를 배운다.

엘리트 코스가 아닌 취미반이지만 이 축구교실에 들어오려면 3시간에 걸친 테스트를 받아야 한다. 7년째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는 안드레우 코치는 “아이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점은 ‘축구를 즐기라’는 것이다. 즐겁게 하다 보면 기술은 금방 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을 따라 온 ‘사커 맘’들은 삼삼오오 모여 얘기꽃을 피운다. 여덟 살 아들을 둔 어머니는 “즐겁게 축구하다가 메시 같은 스타가 된다면 바랄 나위가 없지만 아이가 튼튼하고 밝은 인성을 갖게 돼 만족한다”고 말했다.

#1군에서 취미반까지 똑같은 시스템

축구교실에서 가능성을 인정받은 선수들과 지구촌 곳곳에서 뽑혀 온 유망주들은 11세부터 시작하는 유스 시스템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게 된다. 연령별로 22명 안팎의 선수만 살아남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하다. FC 바르셀로나 카데트(15~16세팀)에서 메시와 함께 뛰었던 정인성(22)씨는 “바르셀로나는 모든 선수에게 기회를 준다. 하지만 구단이 정한 기준에 오르지 못하면 냉정하게 잘라낸다”고 말했다.

바르셀로나 유스 시스템은 철저한 통일성에 따라 움직인다. 과르디올라 1군 감독은 매달 한 차례 유스 지도자들을 모아놓고 회의를 주재한다. 이 자리에서 과르디올라는 주별·월별 훈련 프로그램을 내려준다. 여기에는 선수들의 포메이션과 움직임, 패스 방향까지 자세히 기록돼 있다.

FC 바르셀로나 축구학교 미구엘 푸이그 교장은 “다른 구단은 선수의 체격과 체력을 중시하지만 우리는 두뇌·기술·판단력 세 가지만 본다”고 말했다. 메시·사비·이니에스타가 모두 1m75cm를 넘지 않는 체격이지만 뛰어난 개인기와 상대의 수를 읽는 두뇌 플레이로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일궜다. 바르셀로나 유스 시스템은 이 같은 ‘작은 거인’들을 끊임없이 배출하고 있다.

바르셀로나=정영재 기자 ,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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