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Start] 두 번의 탐사기획보도가 만든 We Start 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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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직장에서 잘린 뒤 가족과 이별해 일용직을 전전하다 최근 아파트 경비직을 구했습니다. 기사를 읽다 보니 눈이 핑 돌고 아들·딸 생각이 나더군요. 이제 가족들과 결합해야겠어요.”

기사가 사람들이 잠시 잊고 살던 일상의 소중함을 건드린 것 같았다. 이후에도 많은 사람들이 소소한 반응을 보내왔지만 뜻밖의 낭보는 미국에서 날아들었다. 뉴저지주의 한인 초대교회가 난곡 지역의 청소년을 돕기 위한 장학사업을 벌이겠다고 알려온 것이다. 10년 간 모두 100만 달러를 지원키로 했다. 교회 측은 약속을 지켰다. 이듬해부터 열심히 공부하는 빈곤층 청소년들을 선발해 학비를 지원하기 시작한 것이다.

‘언론이 잘만 하면 선한 사회움직임을 촉발할 수 있겠구나….’ 당시 막연했던 생각은 3년 뒤 실현됐다.

2004년 3월, 난곡리포트 2탄 격인 탐사기획 ‘가난에 갇힌 아이들’을 보도할 기회가 찾아왔다. 기획 단계에서 팀장인 필자를 비롯한 취재팀 기자들은 복지·사회단체 및 학계 전문가, 정부 관계자와 많은 얘기를 나눴다. 긴 토론을 거쳐 핵심 사안을 이끌어냈다.

“어떻게 하면 빈곤층 아이들의 가난 대물림을 끊어줄까.” 참여자들은 미국의 ‘Head Start’ , 캐나다의 ‘Fair Start’ , 영국의 ‘Sure Start’ 같이 체계적인 빈곤층 아동지원 프로그램이 국내에도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아이들에게 교육과 복지 면에서 공정하고 확실한 출발선(start)을 마련해줘 성인이 됐을 때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참여자들은 언론보도로 생긴 사회적 관심을 사회운동의 에너지로 바꾸자는 데 마음을 합쳤다.

드디어 그해 여름, ‘We Start’(위 스타트) 운동본부가 출범했다. ‘We Start’라는 명칭은 필자가 여러 전문가들의 견해를 조합하다가 우연히 생각해냈다. 사회구성원 모두(We)가 나서서 가난한 가정의 어린이에게 복지(Welfare)와 교육(Education) 기회를 제공해주자는 취지를 두 영어단어로 압축한 것이다. 초기 정착 단계에서 당시 손학규 경기도지사와 박병엽 팬택계열 부회장의 도움이 컸다. 조직과 자금을 후원해준 것이다. 두 분의 배려 덕에 경기도·강원도에서 위 스타트 마을이 출범할 수 있었다.

이규연 사회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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