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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불신·불확실…한국 경제 '3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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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국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꽁꽁 얼어붙었다. 국내 100대 기업은 이번 설문조사에서 '불안.불신.불확실'의 3불(不) 상태를 호소했다.

불안은 개인소비.설비투자.경기회복.원자재가격 등 거의 전 분야를 어둡게 전망하고 있는 데서 드러났다. 개인소비는 '천천히 회복될 것'이란 응답이 절반을 넘었고, 아예 '소비가 감소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한 업체도 36개사에 달했다. 그 결과 올해 경제성장률도 응답 기업의 절반이 넘는 51개 기업이 4.5~5%에 그칠 것이라고 응답했다.

원자재 가격 급등에 대해서도 한국 기업은 일본 대기업보다 더 부담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임금의 경우 81개 한국 업체가 올해도 소폭 올라 인건비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본 반면 일본 기업은 58곳이 임금 동결을 예상했다.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도 깊었다. 현 정부의 경제개혁에 대해 절반에 가까운 48개 기업이 '잘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응답했다. '개혁이 잘 진행되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한 기업은 20개사에 그쳤다. 경제개혁 효과에 대해서는 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49개 기업이 '개혁 효과가 미미하다'고 응답했고, 26개 업체는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다'고 꼬집었다. 다만 85개 업체가 앞으로 대(對) 중국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응답해 중국 특수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반영했다.

미래의 불확실성 때문에 국내 기업들이 당장 급하지 않은 현안에 대해서는 답변을 꺼린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사회보장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세금을 올리는 것에 대해 '그럴 시점이 아니다'는 응답이 60개 업체에 달했다. 또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해 본사를 충청권으로 옮기는 문제에 대해서도 '전혀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답변이 40개 업체로 가장 많았다. 반면 일본 100대 기업은 개인소비.설비투자 확대를 배경으로 탄탄한 호황을 자신하고 있었다. 개인소비.설비투자.수출.경제성장률 등 대부분의 분야에서 낙관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아사히 신문은 "향후 1년간 개인소비가 늘어날 것이란 응답이 71개 업체에 이르렀고 무려 65개 기업이 올해 실질경제성장률이 2%를 웃돌 것이라고 응답했다"며 "이는 지난해 10월 조사 때보다 크게 개선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의 지난해 10월 조사에서는 개인소비가 늘어날 것이라고 응답한 업체가 32개사에 그쳤고, 올해 경제성장률을 2% 이하로 전망한 기업이 무려 96개 업체에 달했다.

고용시장에 대해서는 한.일 양국 기업이 비슷한 시각을 보였다. 일본의 경우 기업 내 인력이 약간 과잉이라는 응답이 30곳에 달했고 한국 기업은 17개사가 인력이 약간 많다고 응답했다.

이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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