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선거 표분석]지역정서 높은 벽 실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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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역' 의 벽은 역시 두터웠다.

4개지역 재.보궐선거 개표 결과 나타난 표의 흐름은 이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다.

이번 선거의 관전 포인트중 하나는 사상 첫 여야 정권교체를 일궈낸 국민회의가 영남권에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느냐 였다.

결론은 '역부족' 이었다.

대구 달성의 경우 당초 한나라당 박근혜후보와 치열한 접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던 국민회의 엄삼탁후보는 막상 뚜껑을 열자 고전을 면치 못했다.

더블 스코어로 朴후보가 압도했다.

4.2 재.보선 최대의 격전지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였다.

국민회의가 여권 단일후보를 낸 부산 서구도 마찬가지였다.

2위를 차지한 무소속 곽정출 (郭正出) 후보가 구여권 출신임을 감안할 때 여전히 한나라당의 아성임이 입증됐다.

국민신당도 PK정서와는 아직 거리감이 있음을 절감해야 했다.

이는 경북에서의 자민련 선전과 대비된다.

국민회의와 연합공천 원칙에 따라 경북 의성과 문경 - 예천 2곳에만 후보를 낸 자민련은 의석 획득과는 별도로 한나라당과 개표 내내 시소게임을 벌였다.

영남권의 유권자들은 공동정권임에도 불구하고 국민회의와는 위상에서 처지는 자민련을 오히려 선호하는 태도를 보여 지역연고를 중시하는 투표행태를 드러냈다.

이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커 국민회의.자민련의 연합공천 전략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한나라당은 야당으로 전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지기반인 영남권에서의 '건재' 를 과시했다.

더구나 새 정부 출범 이후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율이 바닥을 기고 있었던 상황이다.

한나라당은 이번 재.보선 결과로 향후 정국운영에서 상당한 자신감을 회복하게 됐다.

그러나 이번 재.보선 개표 결과는 적지 않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지역감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통합선거구인 문경 - 예천의 경우 지난 15대 총선에 이어 문경과 예천간 소지역주의에 따른 '표 갈림' 이 뚜렷했다.

의성에서도 후보들의 출신지역에 따른 동.서간 몰표현상을 보였다.

당선에 집착한 여야 정당과 후보들의 과열.혼탁선거 양상도 선거문화를 퇴보시켰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번 재.보선의 투표율이 예상보다 높았다는 점도 특기할만하다.

이는 새 정부 출범 이후 대형 정치이슈가 끊이지 않았고, 이로인해 유권자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높았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특히 새 정권의 호남편중 인사와 북풍 (北風).DJ비자금 수사 등에 대한 이 지역 유권자들의 평가와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여권 내부에서 불을 지핀 정계개편설도 한나라당에 대한 지원심리를 자극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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