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부실더미 리스업계 콧노래 부르는 회사도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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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단 한 건의 거래로 2백50억원의 이익' . 투기꾼의 이야기가 아니다.환율변동의 위험을 피하려고 선물환계약을 했다가 지난해말 환율이 폭등하면서 오히려 거액의 환차익을 챙긴 리스회사들이 있어 화제다.

한일리스는 지난해 11월12일 프랑스계 크레디리요네은행과 3개월 뒤 5천만달러를 달러당 9백99원에 매입하기로 하는 원.달러 선물환 약정을 맺었다.그런데 정산일인 2월12일 환율이 1천5백원대를 기록하면서 2백50억원이 넘는 차익을 얻은 것. 이 회사의 95, 96회계연도 당기순이익이 각각 1백12억원과 1백28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단 한차례의 선물환거래로 2년치 장사를 다해버린 셈이다.

한미리스는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총 14건의 선물환거래를 통해 자기자본 9백3억원의 37.2%에 달하는 3백36억원의 이익을 남겼다.제일씨티리스도 지난해말부터 현재까지 선물환거래를 통해 1천억원에 육박하는 거액의 현찰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리스 역시 지난해 11월 중순께 1천원선에서 5천만달러 규모의 선물환 매입 약정을 맺어 상당한 규모의 환차익을 낸 것으로 보인다.이들 리스사가 이처럼 거액의 환차익을 거둔 것은 언뜻 '횡재' 로 보일 수도 있지만 실은 외환거래의 기본을 충실히 지킨 데서 거둔 당연한 과실 (果實)에 불과하다.

거액의 외환거래에서 선물환 약정은 환차손을 방지하기 위한 '기본적인' 안전장치다.이들 리스사는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이같은 기본 절차를 따랐을 뿐이다.

한미리스 관계자는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기 전에 환차손 방지를 위해 3~6개월 후 달러를 매입하는 선물환계약을 체결했는데 원화환율이 급등함으로써 엄청난 이익을 얻게 됐다" 고 설명했다.

문제는 많은 리스사들이 단지 몇푼의 선물환약정 수수료를 아끼려고 이런 안전장치를 외면하다 환율폭등의 된서리를 맞고 비틀거리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백20억달러에 달하는 외화차입금은 환율이 거의 두배로 뛰면서 리스사들의 목을 죄고 있다.

특히 시설대여라는 본래의 목적은 잊은 채 허술한 외화 운용으로 심각한 자금난에 빠져 사실상 영업정지 상태에 놓여 있는 리스업계에선 기본에 충실한 것이 얼마나 큰 차이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새삼 실감하고 있다.

원낙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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