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영어교육도 거품 걷어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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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영어교육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이 외화유출을 줄이고 달러를 벌어들이면서 영어교육을 강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몇가지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수입 영어학습서와 관련 학습물을 위해 매년 수백억원의 비용이 들어가고 있다.따라서 더 이상 외국 학습물에만 의존하지 말고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이스라엘.스웨덴.미국 등의 유명 출판사들이 앞을 다투어 멀티미디어 매체 학습물을 제작했고, 이것들이 국내에 대량 수입돼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그러나 이들은 고가일 뿐만 아니라 일반 외국학생을 상대로 개발됐기 때문에 학습방법이나 내용이 우리 학생들의 특성에 맞지도 않는다.

둘째, 영어 원어민 교사수를 4분의1로 대폭 줄여나가야 한다.많은 사람들은 원어민에게서 개인지도를 받으면 단시일 안에 영어를 잘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데, 이같은 생각은 옳지 않다.원어민의 영어발음을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는 학생은 원어민 교사에게서 수업을 받더라도 영어를 효율적으로 배울 수 없다.

언어학습은 반복적인 훈련과 개인 체험을 통해서만 습득이 가능하다.멀티미디어 영어학습용 CD롬 타이틀은 동영상.애니메이션.정지화면.원어민의 발음.음성인식 기능과 무한 반복연습이 가능하도록 제작돼 있어 일정 기간 개인훈련을 거치면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다고 본다.학생들은 CD롬 타이틀을 통해 개인 언어훈련을 한 후 원어민으로부터 확인학습을 함으로써 영어실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교육부는 교단선진화 사업의 일환으로 99년말까지 초.중등학교에 멀티미디어실의 구축을 완료할 계획이다.

때문에 7차 교육과정이 시행될 2001년 이전에라도 멀티미디어 영어학습용 CD롬 타이틀을 개발해 보급에 들어가야 할 것이다.

셋째, 영어교사를 해외에 연수시키는 것은 그 비용이 엄청나기 때문에 전면 재검토를 촉구한다.짧은 기간의 해외연수는 해외에 바람을 잠깐 쐬고 오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교사들에게 시설을 제대로 갖춘 국내 대학이나 혹은 정부기관이 정하는 어학센터에서 영어학습용 CD롬 타이틀로 집중연수를 받게 한 후 단기간 원어민과 확인학습을 한다면 해외에 나가 엄청난 달러를 쓰면서 연수하는 교사들보다 더 유창한 생활영어를 구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넷째, 직장인들의 영어능력을 평가하는 토익시험문제의 국내 독점 사용료로 지불하는 로열티가 매년 수십억원에 달하는 등 엄청난 외화가 낭비되고 있어 시정이 시급하다.이제는 우리도 영어교육 전문가들이 모여 문제은행을 개발, 범국민적으로 이용할 시기가 왔다고 본다.우리나라의 엘리트 인력을 활용하면 미국의 토익시험문제에 버금가는 시험문제를 개발해낼 수 있을 것이다.

자체 개발한 영어학습용 CD롬 타이틀과 언어평가시험은 내수용이 되겠지만 제품의 질이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경우 궁극적으로는 다른 국가에 수출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김인석〈동덕여대 교수·영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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