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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온천들 불황에 한숨만…'환락'벗고 재기 안간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온천왕국 일본의 온천들이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거품붕괴 이후 불경기가 장기화하면서 온천숙박객이 줄어든데다 손님들의 성향도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시카와 (石川) 현의 온천지대 가나자와 (金澤) .이곳에서는 최근 5백명 이상이 숙박할 수 있는 4개의 대형 온천호텔이 부도를 내고 문을 닫았다.폐쇄된 중소형 온천여관은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 45년의 전통에다 객실수 1백90개, 수용인원 1천명을 자랑하던 호쿠리쿠 (北陸) 그랜드호텔도 90억엔 (약 1천억원) 의 부채를 지고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호텔측은 "회사원 단체여행이 중심이었으나 91년 대비 손님수가 절반으로 급감해 더이상 버티기 힘들었다" 고 말했다.특히 동해 (東海)에 면한 일본온천들은 지난해 중유유출사건으로 결정적인 타격을 입었다.

불황은 이즈 (伊豆) 반도의 아타미 (熱海) 온천도 마찬가지. 7백여개의 온천 가운데 지난 3년동안 40여개소가 문을 닫았다.증기탕.가라오케 등 환락시설은 물론 1백년이 넘는 유서깊은 온천들이 폐업한 경우도 드물지 않다.

민간 신용조사기관인 도쿄쇼코 (商工) 리서치에 따르면 일본 호텔.여관업계의 대형부도 (부채총액 1천만엔 이상) 는 91년의 15건에서 지난해는 70건으로, 부채총액은 1천5백70억엔에 이르렀다.살아남기 위해 온천업계도 필사적으로 변신하고 있다.

그나마 꾸준히 발걸음이 이어지는 여성.가족 단위의 손님을 위해 대형 욕탕과 환락시설을 없애고 개인용 노천욕탕으로 개조하는 붐이 일고 있다.지자체들도 엔고로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국내관광객을 잡기 위해 대형 광고회사와 제휴, 선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도 잘 알려진 오이타 (大分) 현 벳푸 (別府) 온천은 예상외로 손님이 늘고 있다.96년 한국에서만 8만6천명이 몰려왔던 벳푸온천에는 요즘 한국고객의 발걸음은 뚝 끊긴 상태. 하지만 벳푸시 관광과의 미카지리 (三ケ尻) 계장은 "지난해 규슈 (九州) 중심지로 연결되는 고속도로가 개통된 덕분에 온천손님이 조금 늘었다" 고 말했다.

도쿄 = 이철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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