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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이렇습니다] 휴대폰 매장에서 PC 파는 까닭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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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27일 오후 서울 홍익대 인근의 KTF ‘쇼(SHOW)’ 신촌 직영점. 진열된 넷북 제품에 관해 드나드는 대학생 고객과 상담하느라 이승희(35) 점장은 분주한 모습이다. 서울 용산 전자상가도 아닌 일반 통신 서비스 점포에서 웬 PC 제품일까. 그 배경엔 무선 인터넷의 확산이라는 도도한 물결이 자리 잡고 있다.

서울 신촌에 있는 KT 와이브로 체험 공간 ‘W 스타일 샵’에서 직원이 손님들에게 ‘와이브로+넷북’ 복합상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넷북 같은 최신 정보기술(IT) 기기들을 통신매장에 갖다 놓는 건 휴대 인터넷 서비스인 ‘와이브로’를 잘 팔아 보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이 점장은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으로 학사 일정이나 주식 가격 같은 정보를 찾을 수 있어 대학생뿐만 아니라 젊은 직장인에게도 인기”라고 전했다. 신촌 점포에서만 요즘 하루 평균 10명이 ‘넷북+와이브로’ 상품을 문의해 3명가량이 와이브로 가입 신청을 한다.

KT는 지난해 말부터 와이브로 서비스가 되는 서울과 수도권의 KT플라자에서 넷북을 와이브로용 모뎀과 묶어 팔기 시작했다. 2년 약정으로 가입하면 가격도 깎아 준다. 이 복합상품 덕분에 지난해 말까지 16만 명이던 와이브로 가입자는 20만 명으로 늘었다. 회사 합병에 따라 다음 달 점포를 통합하는 KTF의 매장에서도 이런 복합상품을 취급하기 시작했다. KTF 쇼 대리점은 수도권에만 700군데가 넘는다.

KT플라자 같은 통신업체 매장에도 휴대전화기 이외에 모바일 IT 기기가 속속 자리를 잡고 있다. 요즘 모바일 기기에는 와이브로나 무선 근거리통신(LAN)을 통한 인터넷 기능이 기본으로 들어가 있다. 이에 따라 KT·SK텔레콤 등 통신회사가 삼성전자 같은 기기업체와 손잡고 통신 서비스 대리점을 정보기기 종합매장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와이브로 모뎀 외에 KT가 선보인 와이브로 무선 공유기 ‘에그’도 인기다. 아이팟 터치처럼 무선 랜 기능을 내장한 제품들을 와이브로망을 통해 인터넷에 연결해 주는 장치다. 강국현 KT 상무는 “넷북 등에 한정된 와이브로 기기의 적용 범위를 확 늘려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최근 와이브로폰을 선보인 SK텔레콤도 이르면 7월부터 서울과 수도권 대리점에서부터 삼성전자·삼보컴퓨터의 넷북을 와이브로와 묶어 파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익명을 원한 회사 관계자는 “휴대인터넷기기(MID)나 내비게이션을 판매하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내비게이션 ‘아이나비’를 만드는 팅크웨어는 KT와 손잡고 와이브로를 활용한 ‘티콘’ 서비스를 개발했다. 맵피·지니맵 등으로 알려진 엠앤소프트도 KT와 제휴해 양방향 통신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 ‘Q지니 W’(가칭)를 만들었다.

팅크웨어의 박상덕 팀장은 “교통·유가·날씨 정보 등을 와이브로를 통해 실시간으로 받아 화면에 표시한다”고 설명했다. 아이리버의 창업자인 양덕준 민트패스 대표가 지난해 선보인 ‘민트패드’도 기존 무선 랜 대신 와이브로를 채택한 버전을 연내 내놓을 예정이다.

‘서비스+하드웨어’ 복합상품은 제조·통신업계와 소비자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 제조업체는 기기 값을 깎아 주더라도 거미줄처럼 깔린 통신업계 유통 채널을 통해 판매를 늘릴 수 있다. 통신업계는 기기 값의 일부를 부담하는 대신 와이브로 가입자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소비자는 사용 초기의 비용 부담을 덜 수 있다. 해외에서도 보다폰·O2(영국)·오렌지(프랑스)·AT&T(미국) 등이 2년 약정을 하면 월 5만원 정도인 데이터 요금제로 넷북 등을 무료로 또는 10만원 이하의 싼값으로 준다. 와이브로의 무선 인터넷은 이동통신 무선 데이터 서비스보다 빠르면서 이용 요금도 싸다. 접속 포인트(안테나·AP)에서 50m만 벗어나면 접속이 끊기는 무선 랜과는 달리 시속 100㎞로 이동하면서 쓸 수 있다. 다만 KT·SK텔레콤 모두 아직 전국 망을 구축하지 못해 서울과 수도권에서만 서비스 가능한 것이 약점이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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