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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친구’같은 패싸움…인천서 조폭 108명 검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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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인천 삼산경찰서가 조직폭력배들로부터 압수한 야구방망이·쇠파이프·골프채·각목 등 흉기. [뉴시스]

 지난 1월 20일 오전 5시50분, 인천시 남구의 한 쇼핑몰 앞 대로. 어둑어둑한 새벽녘에 영화 ‘친구’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난투극이 벌어졌다. 관광버스 2대에서 검은색 점퍼 차림의 조직폭력배 수십 명이 몰려나오자 반대편에서 또 한 무리의 폭력배가 나타나 각목과 쇠파이프 등을 마구 휘두르기 시작했다. 이들은 대치도 하지 않고 곧바로 격투를 시작했고, 누군가 소화기를 분사해 주변은 순식간에 뿌연 연기로 뒤덮이면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이날 도로를 점거한 채 10분간 패싸움을 벌인 것은 서울 지역 폭력조직 A파 조직원 90여 명과 인천 지역 폭력조직 B파 조직원 60여 명.

인천 삼산경찰서는 이들 가운데 108명을 검거해 흉기를 휘두르며 난투극을 벌인 혐의로 A파 두목(42) 등 5명을 구속하고 10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7일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A파와 B파는 1600억원 상당의 쇼핑몰 점유권을 둘러싸고 다툼을 벌여온 시공사와 시행사 측에 각각 고용돼 패싸움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신분이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모자와 마스크 등을 착용해 용역직원이나 경비원 등으로 위장했다. 경찰은 사건현장 주변 폐쇄회로TV(CCTV) 화면 분석과 현장 탐문을 통해 피의자들의 신원을 파악한 뒤 5개월간 서울·경기·인천 일대에서 이들을 붙잡았다. 또 이들이 패싸움 당시 사용한 흉기 166점을 압수하고 범행에 가담한 나머지 조직원 50여 명을 쫓고 있다. 경찰은 또 A파 두목 등이 조직폭력배를 이권 다툼에 투입하기 위해 합법을 가장, 경호회사 법인을 설립한 정황을 포착하고 자금 흐름도 함께 추적하고 있다.

인천=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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