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파트 자율화 더 과감하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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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정부는 주택경기 활성화를 겨냥한 아파트 분양관련 규제완화 조처를 잇따라 마련해 내놓고 있다.미분양아파트가 전국에 약 9만채, 부도를 내고 쓰러지는 주택건설업체가 한달에 약 50개에 이르고 있는 데 대한 타개책이다.얼마 전 공공택지개발지구가 아닌 곳의 아파트 분양가격을 자유화한 것이 공급자 측면의 대책이었다면,가격이 자율화된 이런 아파트에 대해서는 당첨제한을 폐지하겠다는 이번 발표는 수요 측면의 자유화다.

이 정책은 주택거래를 촉진하는 데 다소나마 긍정적인 힘으로 작용할 수 있다.그러나 IMF 프로그램 이후 부동산시장의 와해는 이런 국소적 자유화조치로 회복의 힘을 얻을 수 있기에는 너무도 철저한 상태까지 무너져 버렸다. 자금조달이 막히고 금리가 폭등한 이후로 공급자와 수요자 양쪽이 모두 주택시장을 형성할 능력을 상실한 상태에 있다. 지금 공장시설 등 다른 자본재 (資本財) 시장도 그러하거니와 주택시장은 무엇보다 새로운 가격 저점 (底點) 이 나타나지 않고는 활성화의 시발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이것은 IMF 구제 발표 직후 주가가 일단 대폭락을 거친 후에 점차 증시 (證市)가 주가를 재형성할 수 있었던 것에 비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파트시장을 완전히 자유화하는 것이 필수조건이다.

특히 수요를 제한하는 청약자격 요건의 완전 해제가 필요하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아파트정책은 반 (反) 시장주의의 전형이었다.아파트시장의 붕괴는 이런 반시장주의의 구조적 모순이 가져 온 우리나라 경제 실패의 부분적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새 아파트 가격을 헌 아파트보다 싸게 정부가 묶어 놓았던 것은 아파트가격을 안정시키지도, 낙첨자를 포함한 무주택자에게 싼 값으로 집을 공급하지도 못했다.

다만 모든 사람이 아파트를 투기의 대상으로 삼게 했을 뿐이다.이 투기의 거품이 꺼질 수밖에 없는 때가 언젠가 오지 않을 수 없었다.그때가 바로 지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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