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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금융통화위원회' 오명 벗고 통화정책 거듭납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금융통화운영위원회가 26일 연례 안건심의를 위한 짤막한 임시회의를 끝으로 영욕의 과거를 뒤로 한 채 해산했다.

다음달부터는 독립된 중앙은행 통화신용정책의 본산으로 새출발한다.

위원수가 9명에서 7명으로 줄지만 모두 상근으로 전환돼 책임과 의무가 명확해졌다.

겸직이 금지되면서 대학교수 출신의 대거 퇴진이 불가피해졌고 이에 따라 새 위원들은 완전히 다른 진용을 갖출 전망이다.

한국은행으로서는 재정경제부 장관 대신 한은 총재가 의장을 겸임하는 숙원이 이뤄졌다.

더구나 학계에서 중앙은행 독립을 누누이 강조해온 전철환 (全哲煥) 총재가 첫 의장을 맡아 통화신용정책에 일대 혁신을 몰고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간판도 '금융통화위원회' 로 바꿔 달아 지난 50년 탄생때의 본명을 되찾았다.

금통위에 굳이 '운영' 자 (字) 를 붙여 정책기관이 아닌 집행기관 냄새를 풍기게 만든 장본인은 5.16정권. 개발독재를 일사불란하게 밀어붙이기 위해 62년 재무장관에게 ▶금통위원 제청권▶의결사항 재의 (再議) 요구권 등 막강한 권한을 부여했다.

이 서슬에 눌려 금통위와 한은은 사실상 정부 '통화증발정책' 의 시녀로 전락했다.

80년대 이후 거듭된 한은법 파동때마다 금통위와 한은의 독립문제가 불거졌지만 번번이 좌절됐다.

이미 발표된 정부 정책을 며칠뒤 모여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는 거수기 역할이 30여년간 금통위의 자화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배경 때문에 결단력 있는 전문인사들이 영입돼야 한다는 것이 금융계의 지적이다.

위원 추천기관중에는 증권업협회.은행연합회처럼 여전히 정부 영향권 아래에 있는 단체가 다수 포함돼 있어 인사에 외풍이 작용할 경우 금통위 개혁은 공염불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IMF와의 관계도 큰 관심사다.

통화신용정책을 소신껏 펼쳐보려는 마당에 사사건건 IMF와 협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는 관치 (官治) 대신 외치 (外治)에 시달리게 된 셈이다.

한편 全총재는 금통위를 최고정책결정기구로, 한은을 집행기구로 특화해 나갈 구상이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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