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책]'디지털 시대의 글쓰기'…미래사회 책의 운명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영상.디지털 매체의 약진에 따라 갈수록 위축되는 활자문화. 과연 글쓰기에 미래가 있는가.

유대인 철학자.커뮤니케이션 이론가인 저자의 대답은 일단 부정적이다.

0과 1로 코드화된 정보들은 문자 텍스트보다 더 간편하게 생산.전달.수용.저장되기 때문. 그래서 알파벳이나 아라비아 숫자는 이집트 상형문자처럼 언젠가 도태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하지만 저자는 '책의 종말' 이란 상식적인 예언을 하지 않는다.

대신 컴퓨터와 디지털코드로 대변되는 미디어 혁명에 따른 사고방식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새로운 문화환경에 알맞은 가치의 전환을 주장하는 것. 특히 인터넷으로 상징되는 네트워크 사회의 발전적 측면에 무게를 싣고 있다.

예컨대 상호 고립된 개인들이 네트워크로 긴밀히 연결되면서 타인과 책임 있는 연대의식이 나타나는 등 새로운 휴머니즘이 가능해지고, 앞날의 영상시대도 문자를 배척하기보다 오히려 문자를 안에 간직하면서 보다 고차원적인 문화를 이룩한다는 등 미래사회의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빌렘 플루서 지음 윤종석 옮김 문예출판사.3백17쪽.1만2천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