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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저]영월 구봉대산…윤회 곱씹으며 산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불가에서는 부처의 진신사리를 최고의 성물 (聖物) 로 받든다.

불상은 부처의 진신 (眞身) 을 모시려고 하는 욕망에서 생겨난 부산물이다.

진신사리를 봉안한 사찰을 찾아가면 불상이 없게 마련이다.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5대 보궁 (설악산 봉정암.오대산 적멸보궁.양산 통도사.정선 정암사.영월 사자산 법흥사) 의 법당에는 불상이 없다.

법흥사가 위치한 구봉대산 (九峰臺.8백70m.강원도 영월군 수주면 법흥리) 은 명산인 사자산의 남산 (南山) 으로 인간이 태어나 유년.청년.장년기를 거쳐 다시 흙으로 되돌아간다는 불교의 윤회사상을 아홉 봉우리에 담고 있다.

법흥사는 신라 진덕여왕때 자장율사가 창건한 고찰로 사리탑 옆에는 자장율사가 수도했던 토굴이 남아있다.

법흥사 주차장이 산행들머리다.

오솔길을 지나 40여분을 오르면 자작나무 군락지가 큰 숲을 이룬다.

낙엽송 숲을 지나면 1봉 (양이봉) 이 앞을 가로막는다.

양이봉은 '부모님의 금슬로 어머니 뱃속에서 잉태된다' 는 의미를 담고 있다.

1봉부터 5봉까지의 능선길은 표고차가 거의 없어 마치 가벼운 산책로를 걷는 착각마저 들게 한다.

2봉 (아이봉) 은 새 생명이 탄생하고 3봉 (장생봉) 은 유년기와 청년기를 뜻한다.

3봉에 오르면 사자산 (1천1백81m) 과 백덕산 (1천3백50m) 의 능선이 손에 잡힐듯 눈앞에 펼쳐진다.

4봉 (관대봉) 은 벼슬길에 오르고 5봉 (대왕봉) 은 '인생사에서의 절정기를 맞는다' 는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5봉은 이제까지 지나쳤던 봉우리와 달리 10m 높이의 바위가 솟아있어 가장 험하다.

'지친 몸을 쉬어간다' 는 6봉 (관망봉) 은 구봉대산에서도 가장 조망이 뛰어난 곳이다.

관망대아래 1백m가 넘을 정도의 깎아지른듯한 절벽이 위용을 자랑한다.

'늙고 병든다' 는 7봉 (쇠봉) 과 삶을 마감하며 인생의 덧없음을 느끼는 8봉 (북망봉) 을 거쳐 9봉 (윤회봉)에 닿으면 능선길이 끝난다.

하산코스는 울창한 숲속으로 나있는 오솔길을 따라 내려간다.

구봉대산의 아홉 봉우리가 인간에게 던져주는 메시지를 곱씹으며 걸을 수 있을 정도로 편안하다.

총 산행시간은 4시간이면 족하다.

등산로도 험하지 않아 가족산행지로 적격이다.

법흥사에서 주천으로 나오는 길목에 요선정 (강원도 문화재자료 제41호) 이 있다.

통일신라시대 도선국사와 징효대사가 포교를 하고 징효대사는 이곳에서 열반했다고 전해온다.

지금도 정자주변에는 마애여래 좌상과 작은 석탑 1기가 남아 있다.

▶교통편 = 법흥사까지는 원주~주천을 경유하는 것이 가장 빠르다.

동서울터미널 (02 - 546 - 8000)에서 원주행 직행버스가 15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1시간30분 소요. 4천7백원.

원주~주천간 직행버스 (0371 - 43 - 8307) 는 하루 12회 운행되며 소요시간은 50분. 요금은 2천9백원. 주천 (0373 - 72 - 7107)에서 법흥사까지는 하루 4차례 (오전 8시15분.11시50분, 오후 2시30분.7시) 씩 버스가 운행된다.

5백40원. 10분 소요.

글·사진 = 김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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