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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의학 뿌리 내려…미국 보건원, 침술·인삼등 항암효능 인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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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사이비 의술에서 동반자로' 대체의료를 바라보는 현대의학의 눈이 달라지고 있다.

그동안 무관심 일변도였던 데서 대체의료의 가치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 가장 큰 변화는 의약연구분야에서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미국립보건원 (NIH) 이 대체의료에 관한 본격연구에 나선 것. NIH산하 대체의학연구소의 차동주박사는 21일 강남성모병원에서 열린 한국가톨릭부인암연구재단주최 '대체의료와 항암면역요법' 에 관한 국제심포지엄에서 "대체의료 연구비가 연구소 설립 당시인 92년 2백만달러에서 올해는 2천만달러로 10배나 늘어났다" 고 말했다.

또 미국에서는 매년 1백37억달러를 대체의료를 위해 지불하며 1백25개 의대중 34개 의대에서 대체의료를 정식 교과목으로 가르치고 있다는 것. 현대의학으로부터 가장 후한 점수를 받고 있는 분야는 침술. 지난해 11월 대체의료의 여러 분야중 NIH로부터 가장 먼저 효능을 공인받았다.

전통적으로 알려진 통증억제 효능외에 항암제를 사용하는 암환자와 임신부의 구토증 치료효과는 물론 테니스엘보와 요통등 근육통, 생리불순의 치료효과도 입증됐다는 것. 이날 심포지엄에선 일반인들이 궁금해하는 생약이나 건강보조식품에 대한 최근 연구결과도 일부 공개됐다.

택사스휴스턴보건대학원 매리 리처드슨교수는 "현재까지 진행된 NIH의 인체실험결과 한국산 홍삼의 사포닌과 상어연골, 멜라토닌에게서 항암효과가 일부 인정됐다" 고 발표했다.

이들 성분을 기존 항암제와 함께 투여했을 때 항암제 부작용은 줄어든 반면 종양의 크기는 작아지는 효과가 관찰됐다는 것. 대체의료에서 제도권 의학으로 정식수용된 사례도 발표됐다.

겨우살이 잎에서 추출한 성분을 이용해 암을 치료하는 미슬토요법이 대표적 사례. 60년대초 스위스에서 시작되어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 널리 시술되고 있는 미슬토요법은 국내에도 일부 병의원을 통해 도입된 바 있다.

서울대병원 강순범교수와 강남성모병원 배석년교수는 자궁경부암과 난소암 환자에게 겨우살이 잎에서 유효성분만을 따로 추출해 약제화한 주사제를 투여한 결과 면역기능이 활성화되고 항암제로 인한 골수기능 저하현상이 억제되었다고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이처럼 과학의 잣대로 효능이 입증된 대체의료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할지라도 과잉기대는 금물이다.

어떤 대체의료도 수술과 항암제 등 기존 암치료를 대신할 수 있을 정도로 효과가 뛰어난 것은 아니기 때문. 세미나 참가자들은 미국등 선진국의 경우 교육수준이 높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계층일수록 대체의료를 선호하지만 주치의의 지시하에 기존 치료법을 존중하는 범위 내에서 제한적으로 시술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국내 대체의료의 올바른 자리매김을 위해 의료인은 무조건 배척하는 태도를, 일반인은 근거없이 신봉하는 태도를 버려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홍혜걸 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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