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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군·구 재정 '바닥'…세수체납·예산 방만·정부지원 삭감 탓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울산시 북구청은 최근 직원들에게 월급을 못주는 '비상사태' 에 빠질 뻔 했다.

급여 지급일을 불과 하루 앞두고 인건비와 일반경비 18억8천만원이 필요한데 가용예산이 8억5천만원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부랴부랴 울산시에 보조금 10억원을 긴급 요청,가까스로 월급을 줄 수 있었다.

이같은 어려움은 울산시 다른 구청도 마찬가지. 지난 1월 급여일때 중구청 14억원, 남구청 6억원, 동구청이 10억원을 각각 시로부터 지원받아 겨우 직원들에게 봉급을 지급했다.

울산시 남구청 관계자는 "대부분 자치구의 재정 자립도가 30~40%인 상태에서 최근 보조금마저 줄어들어 매월 조마조마하게 넘기고 있다" 고 말했다.

최근 재정 자립도가 낮은 일선 기초자치단체들이 '부도 공포' 에 떨고 있다.

경제난의 여파로 전국의 지방세 체납액이 2조원에 이를 정도로 세수 확보가 어려운 데다 기초단체장들의 무분별한 예산운용, 그리고 정부의 긴축재정으로 광역자치단체의 지원금까지 크게 삭감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일부 기초자치단체들이 공무원 봉급을 못줄 상태까지 몰려 광역 시.도에 긴급 수혈을 요청하거나 비축해뒀던 정기예금을 해약해 근근이 버티고 있다.

기업에 비유하면 운전자금 부족상태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경남사천시는 직원 1천여명의 3월 인건비 25억원이 모자라 얼마전 도에 긴급자금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시는 하는 수없이 오는 5월 만기로 정기예금해뒀던 이월 사업비 15억원을 해약했다.

사천시는 지난해 1~3월 1백29억4천여만원의 보조금을 도에서 받았으나 올해는 같은 기간에 71억6천만원밖에 받지 못했다.

대구시의 경우 일선 구청에 지원하는 재원조정교부금 1천8백88억원중 4백85억원을 삭감키로 최근 결정, 구청들이 수정예산안 편성에 나서는 등 재원 부족으로 비상이 걸려 있다.

대구시 남구청은 직원 급여 지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보고 재원 분석작업을 하고 있다.

조정교부금 2백14억원 가운데 49억9천만원이 삭감되는 데다 지방세 등 각종 수입이 크게 줄고 있어 이대로 가다간 현재 70억원인 예산 잔고가 언제 바닥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전남도도 지역개발양여금 등 중앙 의존 수입과 지방세 감소로 올해 4백80억원이 부족, 조만간 기초자치단체 지원비를 삭감하는 추가예산 편성이 불가피한 상태다.

김상진·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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