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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서 보는 임권택 감독]"한국정서 묘사탁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임권택 감독은 62년부터 72년까지 10년동안 50여편의 영화를 '찍어댔다.

' 임감독은 당시 작품들을 가리켜 "꼴도 보기 싫은 저질 영화" 라고 말하길 주저하지 않는다.

그는 70년대 영화제작사들이 외화수입 쿼터를 따내기 위해 '우수영화' 들을 만들어내던 제도를 이용해 주목받는 감독으로 변신했다.

그리고 80년대 '만다라' (81) , '안개마을' (82) , '길소뜸' (86) , '티켓' (86) , '씨받이' (87) , '아제아제 바라아제' (89) 등을 차례로 발표하면서 해외 영화계도 그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최근 발표된 샌프란시코국제영화제 특별상인 구로사와상 수상은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그에 대한 바깥의 관심을 입증해준다.

로베르 브레송, 스탠리 도넌, 아서 펜 등 쟁쟁한 감독들이 이 상을 받은 적 있다.

임감독에 대한 관심은 남다른 영화예술의 전통을 갖고 있는 유럽지역에서 더 높다.

90년 독일 BR 3TV는 '길소뜸' 을 방영했고, 91년엔 프랑스 예술문학 기사훈장을 받았다.

93년 칸영화제에선 '임권택주간' 이 열리기도 했다.

'서편제' (92) 는 특히 해외의 관심을 끌어모은 작품. 95년 '서편제' 는 프랑스 필름 '뒤 파라독스사' 에 의해 수입돼 '판소리 여가수' (La Chanteuse de Pansori) 란 제목으로 번역돼 상영됐다.

현지 평은 "생소하다는 약점은 있지만 한국의 고유정서를 그린 훌륭한 영화" 라는 것. 이에 앞서 '서편제' 는 93년 말 프랑스 파리의 퐁피두 센터에서 한국문화소개의 일환으로 프랑스 관객에게 소개됐었다.

제45회 베를린 영화제 경쟁부문에 출품된 '태백산맥' 은 '역사적 현실을 인간적인 측면에서 적나라하게 묘사한 수준높은 비극' 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베를린 자유대학 교수이며 영화평론가인 슈마허는 "한 나라의 비극을 보편적인 인간의 문제로 접근한 보기드문 수작" 이라고 했는가하면 스웨덴의 문화평론가 알터만씨는 "한국인의 현실과 감정을 깊이있게 묘사한 작품" 이라고 평가했다.

96년엔 독일 제2국영방송인 ZDF취재진이 방한해, 임권택의 영화세계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제작.방영한 바 있다.

그러나 아쉬운 사실 한 가지. 임감독이 해외영화제에서 '감독상' 을 수상한 것은 93년 상해국제영화제 뿐이라는 것이다.

한국의 '대표감독' 으로서 그가 걸어갈 길이 아직 멀다.

이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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