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해씨 영장청구 강행…박일룡씨는 당분간 소환 않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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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검찰은 조사를 받던 중 활복소동을 벌인 권영해 전안기부장이 북풍공작에 개입한 사실이 구체적으로 드러남에 따라 안기부법상 정치관여금지 위반 등 혐의로 빠르면 23일중 구속영장을 청구키로 했다.

김원치 (金源治) 서울지검 남부지청장은 22일 "피의자 신문조서에 서명날인 없이 다른 피의자의 증언만으로도 영장 청구가 가능하다" 며 이같이 밝혔다.

검찰은 權씨가 재미교포 윤홍준 (尹泓俊.31.구속중) 씨 기자회견 공작과 관련, 지난해 12월7일 안기부장 공관에서 이대성 (李大成) 전해외조사실장에게 5만달러를 주며 공작을 독려하고 12월13일 공작 수고비 명목으로 尹씨에게 20만달러를 지급하라고 李전실장에게 지시한 사실을 시인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權씨가 尹씨의 기자회견 내용을 사전에 확인하지 않았고, 일부 내용이 허위임을 사실상 자백했으나 기자회견 공작의 구체적인 동기나 배후세력에 대해서는 진술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검찰은 현재 병원에 입원.치료중인 權씨에 대해 빠르면 23일중 구속영장을 청구한 뒤 집행을 늦추거나 몸 상태를 감안, 영장청구 시일을 미루는 방법도 검토중이다.

검찰은 또 權씨의 건강이 회복되는 대로 기자회견 공작동기와 정치권 관련여부, 오익제 (吳益濟) 씨 편지사건 개입여부에 대해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검찰은 그러나 오익제씨 편지사건 등과 관련, 혐의를 받고 있는 박일룡 (朴一龍) 전안기부1차장 등에 대해서는 당분간 소환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權씨는 서울서초동 서울지검 청사로 소환돼 밤샘조사를 받던 21일 오전4시40분쯤 청사 11층 특별조사실내 화장실에서 문구용 커터날로 복부를 자해, 서울강남성모병원에 후송돼 1시간40분동안 수술을 받았다.

權씨는 현재 의식을 회복,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며 가족들과 간단한 의사소통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權씨는 검찰의 1차신문이 마무리된 21일 새벽 화장실로 들어가 칼집없는 문구용 커터날로 배를 세차례 그은 뒤 고통을 호소하다 병원으로 옮겨졌다.

병원측은 "權씨는 자신의 배를 20㎝.25㎝.30㎝씩 세차례 커터날로 그어 하복부 복막이 절개되고 복벽의 동맥이 절단돼 피를 많이 흘렸으나 장기손상은 없었다" 며 "2주정도 치료후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고 밝혔다.

정제원·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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